"의사 늘면 건강보험료도 올라, 의료비용 증가도 국민판단에 포함돼야"[인터뷰]
전공의·공보의·의대생 대표 한 자리…"의사로 살 수 있을까? 다들 고민"
대화 걷어찼다는 비판엔 "입장 지속 전달…분위기 만들어달라"
- 강승지 기자,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구교운 기자
"의사가 늘면 좋은 게 아니냐? 많으면 좋을 수도 있겠죠. 건강보험료를 더 들여 의사를 늘리고 기다림을 줄일지 합의해야죠. 들어갈 의료비용을 같이 얘기해야 국민께서 판단할 수 있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정부와 대학의 3058명 환원 발표에도 의정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길어진 갈등에 지쳐 일부는 복귀를 망설이거나 군에 입대하는 등 '단일대오'가 깨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뉴스1을 만나 "지금의 인프라가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효율적이라면, 의사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나. 기다리기 불편할 뿐 의사를 만날 수 없는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의대생) 친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고,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에 동조했다.
박 위원장과 이 위원장 그리고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까지 세 사람은 이번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정자와 우리 사회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이들이 함께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환원을 전제로 이뤄진 복귀 호소엔 "24·25학번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상태였다. 교육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었다"며 "대책 없이 증원된 데다 시간만 흐르고 있어 의학교육 현장은 영구적으로, 크게 손상됐다"고 강조했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자신이 앞으로 필수과 전문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박단 위원장은 "환자에게 뭐라도 해줄 수 있어 응급의학과 수련을 택했었다"며 "의사로서의 모습은 생각과 달랐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이선우 위원장은 "필수과 수련을 택한 선배들은 힘든 상황을 감수하고도 그 꿈을 지켰던 분들"이라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필수과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의대증원은 '3058명 동결'로 일보 후퇴했고, 2027학년도부턴 법제화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했지만 박 위원장은 "의사 수만 얘기할 게 아니라 수반될 비용의 문제도 거론해야 국민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할까'와 '불편한가'는 다르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의 논쟁은 불필요한 일 같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며 "정원 문제만 해도 2026학년도만 3058명 모집인원 동결이고 2027학년도부터는 다시 5058명인데 요구안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화할 기회를 수차례 걷어찼다는 비판을 놓고선 "정부, 정당, 국회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화하지 않는다고 몰아가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박 위원장은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이관섭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당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등을 언급했다.
이는 그간 박 위원장에게 전공의·의대생의 요구안을 들었던 인물들로, 자신들이 그 누구보다 사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지금은) 누구한테 얘기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수습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제는 돌아갈 때 아니냐는 물음에 이들은 "요구가 반영됐다고 판단된다면 돌아오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돌아간다"며 "(요구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인 내건 의료개혁에 의료가 왜곡되고 무너질 수 있어 바로잡고자 제시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24·25학번 동시 교육이 어려운 학교가 있고, 실습받던 학생들도 제대로 배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정부와 대학 등이) 목소리 자체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려고 해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대선 후보들이 공공의료 확충과 돌봄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초고령화 사회의 젊은 세대로서 이성환 회장은 "재원을 어떻게 부담해야 하느냐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 전반을 의사들이 반대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비효율적 운영"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의사이기 전에 청년 세대로서 부담해야 할 사회적 부담이 걱정된다. 자원 하나 없는 국가에서 소비 정책만 나온다"며 "의료도 소비되는 분야인데, 어떻게 이용할지 소비를 줄일지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부담감은 너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의대 신설을 약속한 데 대해 이들은 국내 공공의료 체계 실태와 비교했을 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은 "현재 공공병원 내원 환자가 많지 않다. 바로 옆에 병원이 있는데, 또 지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특정 병원을 '공공(전공의) 수련 기관'으로 정해 지원하고, 그 병원에서 수련받은 전공의가 일정 기간 공공병원에서 일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사회적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낼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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