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괴롭힘' 인정한 고용부…"근로자 아니라 처벌은 못해"
고용부,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직원 45.6% "직장 내 괴롭힘 존재"
노동관계법 위반 6건 적발…체불임금 1억 8400만원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고용노동부가 고(故) 오요안나씨 사건과 관련해 '직장(MBC)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최종 결론을 냈다. 그러나 오요안나씨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MBC 관계자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고용부는 문화방송(MBC)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오요안나씨는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봤다. 예를 들어 고인이 MBC를 대표해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게 되자 선배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한 것이다.
고용부는 "고인은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 초년생으로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이어져 왔다"며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큰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요안나씨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선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근로기준법상 보호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불인정 사유로 △MBC와 계약된 업무 외에 행정, 당직, 행사 등 MBC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전속 계약을 하거나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 개인 영리활동을 하며 그 수입이 전액 기상캐스터에게 귀속되는 점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미적용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음(방송 시작 2~3시간 전 자유롭게 출근, 방송이 종료 시 퇴근)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도 없음 △방송 출연 의상비를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급 등을 들었다.
아울러 고용부는 이번 사건 조사와 함께 MBC의 전반적인 노동 실태도 파악했는데, 응답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답했다.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총응답자 252명 중 115명(응답자의 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또 일부에서는 입직 경로에 따른 부당한 대우, 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고용부는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감독에서 보도·시사교양국 내의 프리랜서 35명에 대한 근로자성을 추가 조사한 결과 그중 25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FD, AD, 취재 PD, 편집 PD로 프리랜서 신분으로 문화방송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제 인력 운영 과정에서 메인 PD로부터 구체적·지속해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정규직 등 근로자들과 함께 상시·지속해서 업무를 수행하므로 독립된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에 대해 업무처리 실태에 맞게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 지시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은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휴일근로에 대해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보상 휴가 부여 △일부 직원 연차유급휴가 과소 부여 △퇴직연금 부담금 과소 납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 미만 과소 부여 △2023년 변경된 취업규칙 미신고 등 6건이 적발됐다.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과 같은 체불임금 규모는 총 1억 8400만 원이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그간의 지속적인 방송사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므로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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