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0% "기준금리 2차례 더 내려 연말 2% 도달"
한은 7~8월 중 인하엔 공감대…4분기 추가 인하 예상은 '분분'
과반이 8·11월 인하 예상…연내 1회 예상은 집값 우려 등 주목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5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전문가 약 63%는 기준금리가 올해 2차례 더 내려 연말 2%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연말 기준금리를 2.25%로 예상하면서 2% 도달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이 2일 국내 채권·경제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전체의 62.5%)이 5월 금통위(기준금리 2.75%→2.50%로 인하) 이후 예상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연 2.00%를 제시했다.
나머지 6명(37.5%)의 경우, 연내 추가 1회 인하만을 반영해 연말 기준금리를 연 2.25%로 내다봤다.
연말 기준금리를 2.00%로 본 전문가들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원화 변동성 등 금융 안정 관련 내용을 강조했으나, 이는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간담회 후반부 발언은 금리 인하 정책에 대한 큰 틀의 변화보다 인하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경기 하방 위험 확대나 관세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 기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6·3 대선 이후 새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해도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봤다.
김 연구원은 "새 정부의 다양한 재정 정책이 쏟아지더라도 단기간 내 지표 성과로 표출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실물 경제 효과로 이어지기까지 3~6개월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금리 인하 정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8%, 1.6%로 잠재 성장률 수준을 밑돌거나 거의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 점이 금통위의 경기 부양 의지를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고 이후 성장 경로에 대해서도 높은 불확실성을 언급한 만큼 당분간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은 성장 하방 리스크 대응에 맞춰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말 2.25%를 내다본 전문가들의 경우 이 총재가 간담회에서 1%대 기준금리 가능성을 일축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에 대해 "내년 성장률 전망이 1.6%로 (올해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측돼 지금으로선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총재는 "코로나19 때처럼 기준금리가 1%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당분간 기대하지 말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1%대 기준금리가 쭉 유지되는 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시중 유동성이 충분하다면서, 금리 인하로 인한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점에도 전문가들은 방점을 찍었다. 최근의 경기 부진에도 한은은 금리 인하를 통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현재로선 더욱 강해 보인다는 추측으로 풀이된다.
결국 연말 2.25%를 내다본 전문가들은 오는 3~4분기 중 1회 인하 이후 내년 1분기 추가 1회 인하로 최종 기준금리 2.00% 도달 경로를 제시했다. 특히 4분기보다 3분기 인하에 훨씬 무게를 실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위기 당시와 달리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의 추가적인 완화 정책이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초래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 가파른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모습이었다"며 "8월 인하 이후 추가 인하는 내년으로 미뤄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연내 4분기 인하 1회를 예상한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며 "한은이 성장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하방보다는 상방 요인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은 3분기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원의 트럼프 관세 정책 위법 판단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연말 기준금리 2.00% 도달 예상을 흔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가 연말 기준금리 2.00%인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 총재는 금통위 당일 발표된 미국 무역 법원의 관세 정책 위법 판결을 언급하며 통상정책을 중심으로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음을 언급했는데, 이는 곧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3분기, 즉 7~8월 중 추가 인하 예상에는 전문가 집단을 통틀어 이견이 거의 없었다.
의견이 갈리는 시기는 오는 4분기로, 특히 10월보다는 11월 금통위에 시선이 집중됐다.
만약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두드러질 경우, 11월 금통위는 연내 기준금리 조정을 연 2.25%에서 멈출지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폭 확대 등이 11월 금리 인하를 방해할 시나리오로 지목된다.
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재개되고 새 정부 2차 추경이 순탄하게 추진되면서, 1차 추경의 효과가 양호하게 나타난다면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올라갈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는 11월 인하 시점에 미국의 통화정책 대응과 국내 추경 효과 등을 감안해 2.25%에서 멈출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5월 금통위 톤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것은 분명하나, 한은 총재의 '1%대 기준금리 회귀는 쉽지 않다' 발언이 최근 조건 변화를 인정해도 앞의 비둘기파적 내용을 집어삼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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