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 '주요국 1등' 불명예…'일·영·프'보다 빨라
11년간 경제 기초체력 하락 폭 압도적 1등…일본의 3배
한은 "인구 대응 서둘러야…기업 투자환경 등 구조개혁 시급"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오랜 기간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국가들을 제치고 주요국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국제 사회에서 저성장의 대명사로 통하는 일본과 18~19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뒤 쇠퇴 과정을 밟은 영국, 프랑스보다도 잠재 성장 하락세가 가팔랐다.
한국은행이 1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글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에는 한은 경제모형실 모형전망팀 소속 이은경 차장과 천동민 과장, 김정욱 조사역의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월 전망에 따르면 OECD 24개국 가운데 1994~2004년 중 잠재성장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국가는 한국으로, 해당 기간 6%포인트(p) 수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하락 폭 2위인 칠레는 5%p대로 나타났다. 칠레는 최근 한국을 뒤따르는 저출산 세계 2위 국가로 떠올랐다.
3위는 일본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한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어서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프랑스 등이 뒤를 이었다.
각국의 경제 발전 양상이 서로 달랐던 점을 고려해, 지난 30년 동안 구매력(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늘어나는 동안의 변화 폭을 봐도, 이탈리아·영국 등 주요국보다 한국의 하락 폭이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저자들은 "30년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경제의 기초체력 또는 성장 잠재력이 타국보다 빠르게 저하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발전 심화에 따른 자본 축적 둔화, 생산성 개선 정체 외에도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둔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일부 선진국에서는 한국처럼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을 넘은 뒤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멈췄다.
한국이 유독 선진국 진입 과정에서 기초체력을 소진한 이유는 주로 '생산가능인구'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생산가능인구의 기여도가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축소되는 것과 달리 미국, 영국, 호주에서는 대체로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등지에서는 생산성 향상 역시 성장 잠재력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 즉 경제가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운용하는지의 여부도 미국 등지에서는 훨씬 덜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경제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측면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그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한) 일부 선진국은 기업 투자 환경 개선이나 혁신 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 인력 활용 등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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