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상대 의대 1학년 94% 유급…내년 '트리플링' 현실화
내년도 모집인원 3.2배인 253명이 1학년 수업 들어
충북대 96%가 1과목만 신청…내년 트리플링 '위기'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대규모 유급으로 최대 6000명가량의 의대생이 내년도 1학년 예과 수업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국립의대는 내년도 1학기에 모집인원의 3배가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 의대를 대상으로 유급·제적 현황을 파악한 결과, 5월 7일 기준 경상국립대는 예과 1학년 185명 중 94.1%인 174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올해 입학한 25학번은 135명 중 94.8%인 128명이, 24학번 이상은 재학생 50명 중 92.0%인 46명이 유급 예정자다. 교육부는 올해는 수업 불참 의대생에 대한 구제가 없다며 전국 의대로부터 5월 7일까지 유급·제적 현황을 받았다.
올해 예과 1학년 174명이 유급 대상자로 확정되면서 경상국립대 의대는 내년에 26학번 79명을 포함해 253명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내년도 모집인원의 3.2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수업 인원으로 볼 때도 3개 학년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현실화한 것이다. 학년제로 학사 일정을 운영하는 의대 특성상 1학기에 유급되면 내년 1학기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전북대는 트리플링은 피했다. 내년도 모집인원(142명)의 2.3배인 333명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해 '더블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예과 1학년 중 25학번 120명(재학생의 74.1%), 24학번 71명(재학생의 69.6%)이 유급 예정자다.
문제는 유급을 피하려고 1과목만 수강한 학생들이 2학기에도 복귀하지 않거나 최소 수업만 수강할 경우다. 이 경우 경상국립대 같은 트리플링이 확산할 수 있다.
충북대가 대표적이다. 충북대는 유급 예정자가 0명이다. 그러나 25학번 재학생 117명 중 95.7%인 112명이 1과목만 신청했다. 이들이 2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최소 강의만 수강할 경우 내년 수업 대상자는 162명으로 모집인원(50명)의 3.2배다.
강원대 역시 예과 1학년(94명)의 89.4%인 84명이 1과목만 수강을 신청하며 유급을 피했다. 대신 내년도 예과 1학년 수업에는 26학번 모집인원(48명)의 2.7배인 133명이 몰릴 수 있다.
앞서 교육부는 "소위 말하는 '3개 학년 중복' 우려는 없다"며 "예과에선 6000명을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의대 증원 폭이 컸던 지방 사립대의 경우까지 고려하면 더블링을 넘기거나 트리플링에 놓여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한 대학이 줄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숙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이 결국 일부 의대의 '트리플링'이라는 교육 붕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와 대학 당국은 의대 수업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대·제주대·충남대는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학기 말 성적 경고를 부과할 예정이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학사경고가 누적되면 제적될 수 있다. 부산대는 현재 수업에 참여 중인 학생의 신상 노출 등 피해를 이유로 유급·제적 인원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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