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AI교과서 퇴출 위기…소송 나선 발행사·학교는 혼란
이 대통령 "잘못된 AI교과서 정책 바로 잡고 교육자료로"
발행사 "막대한 손실 보전하라"…교육부 상대 행정소송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윤석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 위기에 처했다.
이 대통령이 '잘못된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바로잡겠다'며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고 학교의 자율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AI 교과서 정책의 후퇴 위기에 이미 AI 교과서를 도입한 학교에선 혼란이 예상된다.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AI 교과서 개발에 매진해 온 발행사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에 나서며 반발하고 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교과서가 도입됐다. 전국 1만 1932개 초·중·고교 중 AI 교과서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3월 기준 3870곳으로, 평균 채택률은 32%에 불과하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AI 교과서를 올해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우려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등의 거센 반발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는 교과서로 유지하되 1년간 학교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도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선회했다.
올해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AI 교과서 적용 대상과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통령이 공약대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 자료로 격하할 경우 당장 올해 2학기부터 AI 교과서 채택률은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AI 교과서 도입을 위해 그동안 정부가 교원 연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총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새 정부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경우 AI 교과서가 현장에서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육 당국을 믿고 수많은 인력과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AI 교과서 사업에 뛰어든 발행사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발행사들은 지난 4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당초 '전면 도입' 계획과 달리 AI 교과서가 자율 선택으로 바뀌면서 채택률이 현저히 낮아져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며 이를 보전해달라는 취지다.
한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의무 도입에서 자율 선정 방침으로 바뀌면서 발행사들의 손실이 크다"며 "AI 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전락해 쓰고 싶은 학교에서만 쓴다면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한 이유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발행사 관계자는 "의무 도입이 1년 유예됐을 때도 발행사 입장에선 아주 힘들었는데 교육부만 믿었다"며 "교육 정책이 정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AI 교과서의 실제 사용 주체인 학교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도입될 때부터 말이 많았는데, AI 교과서를 쓰면서 적응했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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