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박스쿨, 특정 당과 연관 느낌…분명히 역할 했을 것"
사무실 문에 '백선엽 장군' 표지 포스터…"극우적 성향 느껴져"
'댓글 여론조작' 의혹 리박스쿨 "댓글은 공론장이며 국민 권리"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특정 당과 연관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히 역할을 했을 거에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한 보수 성향 단체가 댓글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리박스쿨이 온라인 포털 아이디를 나눠준 뒤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란 댓글 조작팀을 운영해왔다는 것.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대한 허위·비방 댓글을 집단적으로 작성하고 공감수를 높여 상단 노출을 하는 방식으로 여론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이다. 댓글 작업에 공모한 사람에게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해 늘봄교육 교사로 일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뉴스1>이 1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빌딩의 리박스쿨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빌딩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2022년 5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이곳에 입주했다.
단체 이름 중 '리박'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들과 함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백선엽 장군 등을 주제로 극우 성향의 역사 강의가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이뤄졌다고 빌딩 관계자는 기억했다. 사무실 입구엔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는 명패가 걸려있었다. 사무실엔 2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리박스쿨 손 모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과 산업혁명·새마을운동으로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든 박정희 대통령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왜곡되고 폄하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현장탐방을 주로 하고 있다"고 단체를 소개했다.
또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보수 성향 인사들이 주로 이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게 빌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 대표는 최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유세 현장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리박스쿨이 소개한 강사진엔 극우논객으로 분류되는 지만원 씨 등도 포진해 있었다.
한 빌딩 관계자는 리박스쿨를 찾은 어떤 사람이 '당에서 선생님한테 이렇게 말했다는데, 전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리박스쿨이 여당(국민의힘) 쪽으로도 연관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가 지켜봐온 바에 따르면 분명히 (리박스쿨이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박스쿨에서 "극우적인" 성향이 느껴졌다며 보수 지지층을 가리키는 '태극기 부대'로서의 집회 활동에도 참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얼마 전부턴 초등학생들도 사무실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활발히 활동해오던 리박스쿨의 사무실에선 약 6개월 전부터 강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2~3개월 전부턴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사무실로 나왔던 손 대표 또한 최근 일주일 간은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사무실 앞엔 토마토가 담긴 택배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리박스쿨 홈페이지에 따르면 단체 설립일은 2017년 6월이고, 2020년 1월엔 '선거학교'가 개설됐다. 리박스쿨은 주니어·일반·시니어 별 강좌를 개설했는데,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엔 '총선필승 선거학교'가 포함돼 있다. 댓글 조작팀이 운영됐다는 의혹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고발을 계기로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조만간 고발인 조사 등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은 손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리박스쿨 교육국장 출신인 A 씨는 '댓글은 공론장이며, 국민의 권리다'라는 제목으로 1일에 작성된 리박스쿨 시민참여팀 일동 명의 입장문을 뉴스1에 보내 "이재명 후보 측의 프레임 조작과 언론의 왜곡 보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리박스쿨은 "댓글은 공화주의 정치철학에서 말하는 공론장"이라며 "이 공론장은 권력과 언론의 전유물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 모두의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은 자신이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바를 직접 표현할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후보 본인이 2017년 손가락혁명군(손가혁) 창립식에 직접 참여해 7000 명 넘는 지지자들의 댓글 활동을 독려했던 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라며 "그때는 합법이었고, 지금은 불법인가"라고 반문했다.
리박스쿨은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과거 발언과 행동을 돌아보고, 댓글 여론을 공작으로 매도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라"며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이를 공격하는 자는 주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신들을 향해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대장동 커피 시즌2, 음습한 민주당의 대선공작 냄새가 풀풀 난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댓글은 국정원처럼 댓글에 관여하면 안 되는 주체가 하거나, 드루킹처럼 써 선 안될 댓글을 달았을 때, 그 내용이 비방이나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의정부에서 현장 유세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리박스쿨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박스쿨 대표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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