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반란, 트럼프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무역전쟁[시나쿨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집권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남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강력한 적을 만났다. 바로 ‘법원’이다.
지난 28일 뉴욕 맨해튼 소재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내린 관세 행정 명령에 대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원래 관세 부과는 의회의 몫이다. 그러나 전시 등 국가 비상사태에 한해 대통령도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 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이 지금이 비상사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무역 적자 급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트럼프가 관세전쟁에서 법원이라는 강력한 내부의 적을 만난 것이다.
법원이 이같이 판결함에 따라 현재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협상에서 한발 빼고 있다. 미국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마당에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협상력은 현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상급법원에 항소했다. 이에 항소 법원은 29일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밝혔고, 서류를 검토하는 기간 하급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무역전쟁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이제까지 시장은 관세 불확실성만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사법 리스크'도 견뎌야 한다.
이 같은 우려로 29일 미국증시는 전일 법원이 트럼프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음에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2일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각국의 관세를 90일 유예하는 등 무역전쟁의 강도를 크게 낮췄다. 이 또한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반발 때문이었다.
중국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강력히 저항했지만, 중국 때문에 전쟁의 강도를 완화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이 저항해 봤자 중국이 미국에 더 많은 수출을 하기 때문에 중국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당시 트럼프 관세 폭탄 남발로 미국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헤지펀드 회사 시타델을 운영하는 공화당 최고 기부자 중 한 명인 켄 그리핀이 "관세를 거대한 정책 실수"라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후 은인자중하던 미국 주요 CEO들이 트럼프의 관세 폭탄 비판에 일제히 가세했다. 이에 트럼프는 일보후퇴했다.
서구 역사상 최고의 패권국가는 로마였다. 로마는 외침으로 망하지 않았다. 내부 분열로 망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도 외부가 아니라 내부 반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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