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갈등이 끝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과 국방부가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나사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스페이스X의 경쟁사들에 로켓과 우주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로켓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최소 3곳의 우주기업들은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로켓 개발 상황과 정부 임무에 투입 가능한 시점에 대해 문의를 받았다.

우주선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를 개발 중인 시에라 스페이스의 파티 오즈멘 최고경영자(CEO)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한 중단 없는 지원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사는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성을 원한다고 말했다"며 "드림 체이서는 현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최종 테스트 및 통합 단계에 있으며 올해 안에 비행을 목표로 나사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WP의 이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SNS를 통해 설전을 주고받은 뒤 나왔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을 지원했고, 취임 후에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을 두고 충돌을 보이다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에서 물러났고, 이후 SNS를 통해 감세안을 재차 비판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고조됐다.

특히 머스크는 지난 5일엔 SNS를 통해 "대통령이 정부 계약 해지를 선언한 데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즉시 운영 종료(decommissioning)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나사 당국자들을 긴장시켰다. 다만 머스크는 이후 해당 글을 삭제했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유인 우주선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승무원을 수송할 수 있도록 인증된 유일한 미국 우주선으로 스페이스X가 운영을 중단할 경우 나사는 ISS로 가는 수단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WP는 미국 정부가 기밀 임무를 포함해 핵심 임무에서 스페이스X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데 따른 위험성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한 나사 관계자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을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다"면서도 "머스크가 드래건 우주선 철회를 언급한 순간엔 정말로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관계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제 웃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건 TV쇼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자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직 나사 관계자는 머스크의 위협에 대해 "선을 넘었다"며 "그가 충동적으로 모든 것을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행동과 그에 대한 의존은 위험하다. 나사 내부에는 깊은 우려가 존재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드 해리슨 국방 분석가는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거의 우주정거장에 대한 금수조치나 마찬가지"라며 "나사를 자사의 우주 실험실에서 단절시키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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