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구조 동물 치료 사례 공유…"화상 치료, 빙산 효과 경계해야"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수의임상학회서 발표
화상 치료…초기 대응과 모니터링 중요해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산불과 같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화상 치료 사례와 그 특징을 공유하는 발표가 수의 임상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지난 18일 개최된 '2025 한국수의임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경북 지역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반려동물들의 화상 치료 사례와 다양한 화상 유형과 처치 방법, 임상적 고려 사항 등을 발표했다.
수의학계에서는 일반적인 화상 케이스에 대한 연구는 진행돼 왔지만, 산불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동물 화상 사례에 대한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발표는 실제 재난 상황에서 수십 마리에 달하는 화상 피해 동물을 치료한 사례를 기반으로 한 만큼, 현장의 실질적인 경험과 데이터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경북 지역 산불 당시 구조된 동물들은 대부분 마당에 묶여 있거나 케이지에 갇혀 있어 화재를 피해 도망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에서는 총 34마리의 개(강아지)와 고양이의 집중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 대상 중 1도 및 2도 화상이 가장 많았고, 3도와 4도에 해당하는 깊은 화상도 4마리나 있었다. 특히 전체 체표면적의 20% 이상이 화상을 입은 중증 사례가 전체의 32%(11마리)에 달했다. 이 경우 화상의 깊이가 얕더라도 전신 염증 반응(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으로 인해 쇼크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발표를 맡은 정한울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는 "이번 산불 화상의 경우 열원에 직접 닿은 화상보다 간접적인 복사열에 의해 광범위하지만 얕은 깊이의 화상이 특징적"이라며 "특히 안면 손상과 뜬장, 지면의 고온으로 발바닥 패드에 손상을 입은 동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수의사는 "초기에는 1도 또는 2도 화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괴사한 피부가 탈락하며 화상 부위가 넓어지고 전신 염증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화상 치료 시 육안상 심각해 보이지 않더라도 진피층까지 염증 반응이 확산하는 '빙산 효과'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구조동물은 초기에 큰 문제 없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점차 피부 괴사와 함께 신부전, 바이탈 불안정 등의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반면, 4도 화상과 골절 등의 중복 손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온 조절, 수액 처치, 괴사조직 제거 등 적극적인 집중 치료로 회복된 고양이 사례도 소개됐다. 이는 화상 치료의 핵심이 초기 처치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 연고를 이용한 하루 3~4회 이상의 드레싱, 괴사조직 제거 수술, 안검 손상에 따른 렌즈 착용 및 안검성형술, 그리고 엑소좀과 줄기세포 배양액 등 재생의학적 치료법을 적극 활용해 동물의 회복을 도왔다.
정한울 수의사는 "화상 치료는 염증기, 회복기, 증식기로 이어지는데 초기에 염증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손상이 더 깊어지고 전신 장기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고 회복까지 수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찰과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조 동물 대부분이 마당개나 길고양이로, 개체별 병력 정보가 없어 기저질환 관리가 어려웠고, 심장사상충 감염 등으로 인한 전신 건강 상태도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난 상황에서 많은 수의 환견·환묘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진단·처치·입원 병상 확보 등에서 큰 어려움이 따른다"며 "향후에는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한 재난 대응 프로토콜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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