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개혁, 문과 DNA가 만든 창조의 영역"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 현실과 동떨어져
"못 지킬 약속·검증 안 된 수치 반복하는 정부가 개혁 대상"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정부가 말하는 '의료개혁'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백화점식으로 문제를 열거하고, 해결방안이라고 글 몇 줄 작성한 것을 '개혁'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의료개혁이라는 단어는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소위 '문과 DNA가 만들어낸 창조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김창수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의협 정책이사)은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문제를 짚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섰다"며 "그러나 죄송하게도 제가 모두 알지 못한다. 정책 대부분이 실현하기 어렵거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발표됐지만, 당시 수치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논의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논의한 사람은 없었고 회의록도 없으며, 누가 결정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여러 정책을 쏟아냈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과거에 검토되거나 제시됐던 내용을 정리한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직 현재의 위기만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한 내용을 그럴듯하고 아름답게, 소위 '문과적인 수사'로만 채운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발표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의료 현실을 전혀 모른다. '조선반도 문과 DNA'만으로 삼라만상의 모든 지혜가 내 책상 위에 있다는 오만함으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서 "결국 책상 위에서 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단장은 10여 년 전부터 의료계가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고, 과도한 법적·형사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진료환경에서는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투자하지 않고, 일할 사람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계속해서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즐겨 인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서도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국고지원금을 매년 평균 3조 5000억 원가량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정부는 신뢰를 저버렸다. 단지 신뢰만이 아니라 국민, 환자, 의사 간의 관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며 "정책은 누구 한 사람의 지시로, 일방적인 글자와 숫자만으로 이뤄지는 문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토론과 논의,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합의와 통합의 과정이 신뢰를 만들고, 상호 신뢰가 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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