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담배 등장에 흡연율도 반등…낡은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이젠 변화해야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⑱ 한국 금연 정책,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낮은 접근성' 한계…약국을 '금연 정책 허브'로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뉴스1>은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 간 금연 기획 시리즈를 통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방안을 모색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지던 성인 흡연율 하락세는 돌연 반등했고, 낡은 국가 금연지원서비스는 게걸음을 치고 있다.
신종 담배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혼용 흡연자'들도 늘고 있다. 냄새가 독한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택하는 흡연자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인들의 잔소리도 피하게 됐다. 전자 담배가 흡연자들에게 일종의 피난처가 되면서 외려 흡연자들의 니코틴 의존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국가 금연지원서비스의 실효성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연보다 흡연이 쉬운 환경에서 벗어나 접근성이 좋고 전문가가 상주하는 약국을 금연 정책의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난 2015년 도입된 국가 금연지원서비스가 10여 년 만에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병의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기존 서비스가 변화된 흡연 양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해당 서비스는 금연 희망자가 등록하면 니코틴 치료제 비용 등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도입 초기에는 금연율 증가에 기여하기도 했으나 최근 신종 담배 사용 확산과 혼용 흡연자의 증가로 금연 성공률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금연 치료 이용자 수가 감소하면서 정부 예산 역시 감소 추세다.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2020년 1220억 원에서 2024년 1000억 원으로 줄었으며, 2025년에는 915억 원으로 5년새 25%가 줄어들었다.
금연 의지 약화의 배경으로는 보건소와 병의원 등 기존 금연지원기관의 낮은 접근성이 지목된다. 반면 담배 구입처인 편의점·전자담배 판매점은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시간 제약도 없어 흡연 유인을 더 크게 만든다.
특히 흡연율이 가장 높은 직장인 남성층은 보건소나 병의원의 운영 시간과 업무 시간이 겹쳐 금연 상담을 받기 어렵다. 실제 보건소 상담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2021년 대표 금연치료제 '바레니클린'이 불순물 문제로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병의원을 통한 금연 치료의 실효성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병의원 금연치료 참여자는 2019년 29만 명에서 2022년 15만 명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금연 치료 사업의 낮은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며 약국을 금연상담 거점으로 활용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접근성을 제고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기존 국가 금연지원서비스에 대한 대안으로 약국을 금연상담 거점으로 삼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병의원이나 보건소보다 접근성이 좋고, 니코틴 대체제와 연계한 즉각적인 금연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뉴스1의 해외 취재 결과 다른 나라에서의 약국을 통한 금연의 긍정적 효과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캐나다의 BC주는 지난 2022년 캐나다 전체 주를 대상으로 한 담배 및 니코틴 조사에서 가장 낮은 금연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는데, 이 성과에는 약사 주도 금연 상담이 있었다.
캐나다 전체로 확대해도 약국 주도 금연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흡연자들의 6개월 이상 금연율이 약 36%로 나타났다. 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흡연자들의 6개월 이상 금연율 7%에 비해 약 4배 이상 높은 수치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캐나다처럼 한국에서도 흡연자들의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접근성이 좋은 약국 금연 상담 도입 및 약국상담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주정부 차원의 체계적 교육 및 정책 지원 프로세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새로운 사업을 검토할 때가 왔다"며 "약국에서 국가금연서비스가 제공되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약사는 이미 방문객과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더 쉽게 금연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의원 금연지원사업 참가자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며, 폭넓은 약국 인프라를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약사들은 금연 역량을 이미 갖췄고, 흡연 예방 교육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금연 상담을 약국에서도 한다면 관련 예산 도입 등 여러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사들이 우리 사회에 한층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약국 연계형 금연 상담 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금연 지원 서비스의 다채널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입법 활동을 해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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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