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왜 지금 인적분할하나…'이해상충 해소·가치 재평가' 포석
삼성에피스홀딩스, 바이오시밀러·R&D 중심 지주사로 출범
삼성에피스 상장 가능성엔 선긋기…"지배구조 개편과 무관"
- 장도민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황진중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바이오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섰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이질적인 두 사업을 분할해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고, 각 사업의 본질 가치를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글로벌 바이오 산업 내 초격차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삼성 바이오 사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는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고객사의 이해상충 우려 해소, 각 사업부문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기업가치 재평가 등을 핵심 이유로 내세웠다.
기존 업계 안팎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모자회사로 묶여 있으니 하나의 실체로 본다는 고객사가 많았고, 실제 수주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에 대해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CDMO는 고객 신뢰가 생명인데, 설득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며 "그러나 결국 완전한 해소는 어렵다고 판단해 분할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수 초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요소였다. 당시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자체가 성장 초기 단계였고, 엄격한 파이어월 체계로 고객사 설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시밀러 사업이 확대되자 CDMO 고객사 입장에서도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고, 실제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준 사례도 생기면서 분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CDMO 고객 신뢰 확보와 동시에 투자자 관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는 그간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성격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유 부사장은 "분할 이후 투자자들은 각 사업에 선택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두 회사의 본질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양사가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해왔다"며 "분할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특히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나 약가 정책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사업 구조가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인식도 분할 추진에 영향을 줬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두며, R&D와 신사업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는 순수 지주회사로 출범한다.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 컨설팅과 배당수익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며 "기술 플랫폼 강화 등 미래 성장 기반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피스 외에도 미래 성장을 위한 플랫폼 기반의 신설 자회사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으며, 향후 구체화 시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사 분할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명확하다. CDMO는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거점 확보에 집중하고, 에피스홀딩스는 시밀러 기반의 신약 R&D와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선다. 실제 삼성은 2030년까지 20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확보를 계획하고 있으며, CDMO 부문은 제2캠퍼스를 통한 132만 리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분할 방식은 단순·인적분할로,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0.6503913:0.3496087 비율로 동일하게 배정받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적용되지 않으며, 단주는 재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현금 보상된다. 인적분할을 택함으로써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고, 물적분할 방식에서 자주 지적됐던 지분 희석 문제도 원천 차단했다.
아울러 일각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연계설에 대해 유 부사장은 "이번 분할은 삼성물산 등 그룹 지배구조와 무관하며, 철저히 사업적 필요와 주주가치 제고 목적에 따른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과거부터 에피스 상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은 지주회사 체제 안정화가 우선"이라며 "불필요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 상장은 현재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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