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해외에선 논란 없었다…"해결? '결자해지'"[의정갈등 1년 출구는]②
주요국, 장기간 단계적 증원 vs 우리는 1년 만에 49%↑
유연 조정 vs 5년간 1만 명 증원, 행정명령 등 초강수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해 2월 5일 2000명 의대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1년을 넘겼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떠난 현장마다 업무 부담 가중, 많은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데 따른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대증원 정책 자체는 국민 다수의 지지로 추진됐지만, 2000명이라는 규모와 타협 없던 정부의 강공책이 의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의 사명감을 무너뜨린 게 아닐지 우리 사회는 고민해 볼 때다. 국민적 피로감도 극도로 누적돼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정책 추진에 최종 책임이 있는 정부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찾아야 한다. 의료계도 의대증원과 지역 필수의료를 살릴 논의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 각국에서는 의대정원을 어떻게 늘렸고, 이 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없었을까.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 주요국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에 대비해 장기간 의대증원을 추진해 왔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입학정원을 조정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운영 중인데 특히 미국, 영국 등은 의사들 요구로 의대증원 및 조정을 진행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데다 우리보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은 2007년 7000여 명이던 의대정원을 지난해 9403명까지 늘렸다.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취약지 근무를 권했고 6년여간 40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한 만큼,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독일도 2015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1~2%씩 늘렸는데, 각종 자문위원회 등으로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반영했다.
미국과 영국은 의과대학 단체 등에서 의사 부족 문제를 우려하며 의대증원을 요구했다. 다만 미국은 자국민 대상 건강보험과 치료비가 제각각이고 영국은 의사 대부분이 정부 소속 준공무원이며 호주, 캐나다 등으로의 해외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증원 폭은 일본이 13년간 22%, 독일이 8년간 9%, 미국이 20년간 39%, 영국이 20년간 116%였다.
해외 주요국 의사들은 대체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일례로 영국의학협회 소속 전공의들은 임금 인상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2022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1건, 최장 6일 연속 파업했다. 그 결과 정부와 의사 노조는 평균 22.3%의 임금 인상을 합의했고 전공의의 훈련과 수련 배치 시스템 개선에 뜻을 모았다.
다만 국내 의료사태는 사직과 휴학 형태에 정부의 행정명령이 맞붙는 등 꼬이기 시작했다. 당장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성토를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는 반발도 커졌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전공의, 의대생은 이런 과정에 대한 정부의 사과 없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26학년도 '증원 0명'이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휴학계 제출을 통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적인 의학교육, 필수의료 정책, 24학번·25학번 학습권 총 3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모두 해결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당사자 단체의 모집정지 조건을 필두로 대한의사협회는 2025학년도 의대생 입학에 따른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 등을 정부에 요구 중이다. 현실적으론 이들 주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의대정원에 대한 과학적 결정 등을 법적으로 명시할 '보건의료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관련 국회 공청회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의정갈등 상황으로 의대증원으로 얻으려 했던 게 뭔지 다들 잊고 있다"며 "정부는 의대정원보다 앞으로의 의료체계 전반을 고민해야만 했다. 국민 의료 이용 문제도 배제된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오 교수는 또 "문제는 의료의 양, 숫자가 아니라 의료의 질, 의학교육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만 명 부족하다는 정부 판단에 국민 의료 이용, 의료체계 개편 등이 반영됐을까"라고 반문하면서 "2026학년도는 증원 전 정원인 3058명으로 모집하거나, 그보다 절반 수준인 1500명까지 줄여 뽑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감축이 크면 수험생 피해가 발생하니 수년간 점진적으로 줄인 뒤 모집하는 안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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