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현장 의사들 "전공의, 단순 노동력 아닌 '피교육자'"
서명옥 의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토론회
"충분한 교육 못 받은 채 사각지대서 민·형사 단독 책임 부담, 부당"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생명을 살릴 의사가 '멸종될 수 있다'고 본 외상외과 교수가 4일 국회에서 "전공의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피교육자로 인식하고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정 단국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외과학회·대한외상학회가 주관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전공의들에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 시간을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최장 52시간까지 규정한 반면 전공의는 주 80시간과 교육목적 8시간까지 최장 88시간 일하게 돼 있다.
허 교수는 "전공의 또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전공의를 위한 정책 및 제도 등을 심의·평가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대한병원협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그 구성은 전공의 위원이 과반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허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전공의가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에까지 연루되고 있다며 피교육자·수련생 신분을 고려할 때 전공의 개인에게 전가되는 민·형사상 책임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수련병원에 내원한 모든 환자에게는 담당 교수와 전문의가 배정된다. 그러나 통상 전공의가 단독으로 수행해도 되는 의료행위라는 이유, 상급 연차 전공의가 하급 연차 전공의 또는 간호사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 및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허 교수는 "약자인 전공의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다"며 "최근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배상 책임자로 병원과 더불어 전공의까지 무분별하게 부진정연대 채무자로 엮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를 당한 데 대해 폭력 가해자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공동으로 4억 4000만원을 물게 된 법원 판결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허 교수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관리 사각지대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몰린 전공의들이 혼자 책임을 떠안는 일은 부당하다"며 "면책까지는 힘들더라도 적어도 단독 책임은 묻지 않는 등 고민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항주 외상학회 이사장도 의료사고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전공의 수련환경의 기본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상 분야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또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치가 들어가야 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뿐 아니라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응급 상황에서도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전공의들도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체계적 수련을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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