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단체 "출산 직전까지 당직, 난장판 수련…현실, 드라마와 달라"
국회 토론회…"근무시간 줄이고 최저 수준의 임금 높여야"
연속근무 36→24시간…수련환경평가위 전공의 비중 늘려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들이 법정 상한 근무 시간인 '주당 80시간'보다 긴 주 100시간 이상 일하고 임신부가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 착취 구조를 개선하고, 법적 보호 아래에 양질의 수련을 받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입법조사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주최로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 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토론 발제자로 나선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협 부회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5년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전공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전공의 수련환경은 열악하다"며 "법 위반에 대한 벌칙은 최대 500만 원 과태료에 불과해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노동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대전협이 전공의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고 75.4%의 인턴 응답자는 평균 주 8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6.8%는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주 1회 이상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에서 의료인을 삭제해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고, 휴게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산입하는 내용을 전공의 특별법에 명문화하자고 제안했다. 최저 임금 수준인 보수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실태조사에서 전공의 평균 급여는 398만 원이었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만 1700원에 불과했다"면서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제 근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가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 시술, 수술 시행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위해 교수 평가 제도 도입 등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 13명 중 2명에 불과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2월 2000명 의대증원 발표를 접하고 더는 수련을 이어갈 생각을 포기하게 된 대전협 비대위 소속 사직 전공의들이 참석해 열악한 수련 환경 실태를 증언했다.
김은식 대전협 비대위원(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한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임신 당시 태교는커녕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며 당직을 서는 와중 심정지가 온 환아에게 1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유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라고 토로했다.
김준영 대전협 비대위원(순천향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과중한 업무에도 전문의가 되기에 필요한 경험은 채우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수련 과정의 절반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몇 장 인계장과 상급 연차 전공의의 조언, 교과서, 인터넷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전문의 취득 후에도 의국 추가 근무와 대학원 등록을 강요받고, 담배와 음식 배달 심부름, 365일 내내 당직을 강요받는 게 현실"이라며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전공의법에는 과태료 외에 별다른 벌칙 조항이 없어 '난장판 수련'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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