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대비해 지금부터"…의정갈등 속 '전공의법' 손보는 국회
근로기준법 준용, 수련병원장 전공의 법률지원…국가 지원 의무
전공의 요구 중 사회적 협의 가장 수월…박단 "관심 가져 달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정부 그리고 당사자 단체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의 복귀를 이끌면서도, 사회적 협의를 이루는 데 비교적 수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공의 당사자도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국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의 안 총 2건이 대표 발의돼 있다.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특별법은 의사이자 수련생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상당수가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과도한 당직으로 충분한 수면 및 휴식 시간을 얻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전공의 권리를 보호하고 우수한 전문의를 양성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도 수련 근무시간이 최장 주 80시간에 달하는 데다 위반하더라도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는 데 대해 개선 요구가 이어져 왔다. 대전협은 최근 국회 토론회를 통해 그간의 수련 환경을 '노동 착취'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전공의의 주당 평균 수련 근무시간은 77.7시간(2022년 조사)이며, 시급 1만1700원 수준의 임금(평균 급여 398만 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빅5 병원 외과 전공의가 맹장 수술조차 하지 못하고, 몇 장 인계장과 상급 연차 전공의의 조언, 교과서, 인터넷에 의존해 수련을 이어갔으며 담배와 음식 배달 심부름, 365일 내내 당직을 강요받는 게 현실이라고 대전협은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수련 근무시간을 주당 6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에서 의료인을 삭제해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연속 수련 근무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고, 휴게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산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적 시술, 수술 시행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위해 교수 평가 제도 도입 등 지도 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13명 중 2명에 불과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협 비대위 등 사직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전공의 개인의 책임이 지나치고,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마땅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 등에 회의감이 들어 병원을 떠나게 됐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국회 토론회에 참가한 박재일 대전협 비대위원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 중 12명이 수련 과정에서 의료 분쟁에 대한 경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무과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수련병원과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법 개정, 정책 지원으로 호응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의된 서명옥 의원의 안은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현재도 법령에 '국가는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의무는 아니라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전공의가 포함된 의료분쟁·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수련병원장 등이 해당 전공의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해야 하고,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수련병원의 진료에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수련병원 의무 고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 의원의 안은 수련병원장이 전공의 수련 시간 등을 정할 때 '근로기준법'을 따르도록 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등을 담당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내 전공의 위원이 과반이 되도록 하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도 의료 개혁의 하나로 수련환경 혁신 사업을 추진한다. 전공의(1→8개 과목), 전임의의 수련 수당을 확대하고, 지도 전문의 지원 등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에 2332억 원을 투입한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박단 위원장은 뉴스1에 "전공의 수련환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정당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보장하고,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는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사직 전공의의 복귀,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만드는데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의대 정원뿐만 아니라 전공의, 의대생이 제시한 여러 요구도 해결돼야 할 상황이다. 전공의가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수련에 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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