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피로감 커지거나 투쟁 방향 의문 가진 사직 전공의 늘고 있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사직 전공의 의견 자유롭게 듣기로
"전공의협, 우선 수련환경 개선 가능…요구 간소화 중이라고"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만명 넘는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1년 3개월이 다 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거나, 투쟁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사직 전공의들이 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는 병원 사직 전공의들로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2월 대의원총회를 거쳐 마련한 7대 요구안과 사직 투쟁 방향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받기로 했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는 한때 830여명에 달했다.
30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전협 비대위)는 병원 사직 전공의들에게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 대상 현안 공유 및 의견조사 안내문'을 공지했다. 대전협이 내건 7대 요구안을 두고 특정 병원 전공의 단체가 이견을 거론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전협 비대위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을 때 투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하거나 투쟁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사직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서전협 비대위는 "현시점에서 대전협의 7대 요구안 및 투쟁 방향성에 대한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을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사 내용에는 7대 요구안 개정 필요성, 향후 협상 전략 등에 대한 문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안에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전문의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와 정식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상당수 전공의는 대전협이 마련한 이 7대 요구안에 공감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해 왔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해서 "7가지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저는) 돌아가지 않겠다. 복귀를 설득할 명분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전협 비대위는 "현시점까지 정부 측에서 대전협에 협상 제안은 없었다고 전달받았다. 대전협에서도 선제적으로 현 정부에 협상을 제안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대선 전까지 정부에 먼저 협상을 제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전협 비대위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대선 전에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보고 있다"며 "그 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요구안을 간소화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작업을 대전협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전협 비대위는 "최근 대통령 탄핵과 차기 대권 주자들의 부상 등 정치권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 전반과 현 투쟁 방향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탄핵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전협 비대위는 이달 중 전공의 모집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추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겠지만,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가을턴' 모집이 가장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서전협은 지난달부터 대표가 교체됐다. 서전협 전 대표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등과 대전협 비대위원을 역임해 왔다. 서전협 비대위는 "대전협 비대위에 참가하고 있던 기존 대표와 교대 가부를 문의했으나 타 병원 단체와의 형평성 차이를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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