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문턱에 선 조류독감…우리나라도 안전지대 아니다
의학바이오기자협회-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포럼
"사람 간 전파 가능 바이러스 지속적 감시 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가금류와 야생조류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AI)가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되며 몇 년 새 전 세계적으로 AI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여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을 열고 국내외 AI 감염 현황과 팬데믹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고병원성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조류에서 젖소, 젖소에서 고양이,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종간 감염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농장의 돼지에서, 올해 영국 북동부 요크셔 농장의 양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를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감염 사례와 범위가 확장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소의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이 수의학 실험실에서 장기간 근무한 사람에게 감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는 H5N1형 고병원성으로 지난 1959년 최초 발견되고 1997년 사람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토착화되고 인체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김남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AI가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과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한다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AI 출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I 유전자 재편성(reassortant)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경우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팬데믹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AI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전파 현황'을 주제로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캐나다에서 10대 청소년이 'H5N1 D1.1 유전자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으킨 데 이어 미국에서 D1.1 바이러스로 인한 첫 사망이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송 교수는 "이는 미국 젖소에서 감염돼 경미한 호흡기 증상을 보였던 B3.13 유전자형과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향후 돌연변이로 진화한다면 사람 간 전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최근의 사례가 있으므로 H5N1 D.1.1에 대한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AI의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며 팬데믹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 9월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고, 인체 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협력하고 있다.
여상구 질병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발제를 통해 "지난달 수립된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 따라 세부 이행 계획을 실천하며 구체적인 AI 대비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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