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뇌졸중 인식 향상…심층적 이해도는 감소"
서울대병원 연구팀 2009-2023년 비교조사
"혈관위험 요인 없으면 '남일'로 생각해 조기대응 기회 놓쳐"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한국 사회의 뇌졸중에 대한 인식은 향상됐으나 심층적 이해도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정근화 신경과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 교수팀은 2009년과 2023년 뇌졸중 인식 수준을 비교한 전국 단위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돼 뇌에 급성 뇌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언어 장애, 얼굴 비뚤어짐, 의식 저하 등이 있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뇌졸중의 위험인자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심장 질환), 뇌졸중 가족력 등이 있으며 이들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증상이 경미할 경우 적시에 응급처치를 받지 않아 병원 도착 지연이 발생하고 급성기 치료의 시행률이 여전히 낮다. 특히, 정맥 내 혈전용해술과 같은 적극적인 급성기 뇌졸중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병원 도착 지연을 단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증상이 경미한 경우 병원 도착 지연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급성기 치료가 지연되고 결국 뇌졸중 예후가 악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뇌졸중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정보 획득 경로 변화를 분석하고 향후 효과적인 교육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연구는 지난 2009년과 2023년 두 시점에서 뇌졸중 인식 수준을 비교한 전국 단위 조사로, 2009년에는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진행했으며, 2023년에는 10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웹 설문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2023년엔 뇌졸중 경고 증상에 대한 인식이 77.4%로 2009년(61.5%)보다 증가했으나 2개 이상의 위험인자 인식은 51.4%에서 40.2%로 감소했다.
특히, 혈관 위험인자가 없는 집단에서 인식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이는 여전히 정보 취약 계층이 존재함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또 2023년 정맥 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인식이 30.4%에서 55.6%로 크게 증가했으며 뇌졸중 증상 발생 시 119를 선택한 비율도 32.5%에서 48.9%로 증가했다.
정맥 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인식과 2개 이상의 경고 증상 인식 여부가 119 신고 확률 증가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즉, 정맥 내 혈전용해술 인식과 2개 이상의 경고 증상 인식이 있는 사람일수록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반면 40세 미만과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흡연, 폭음, 운동 부족 등)을 가진 집단에서는 뇌졸중 증상 발생 시 적절하게 대응할 확률이 낮았다. 이는 이들 그룹에서 뇌졸중에 대한 인식이나 응급 대응 행동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건강정보의 획득 경로의 경우 TV 비율은 2009년 59.1%에서 2023년 48.5%로 감소한 반면, 인터넷(27.8%→63.0%)과 유튜브(0%→19.9%)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정보 획득 비율은 많이 증가했다.
정 교수는 "젊은 층과 기존에 혈관 위험 요인이 없는 집단에서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이는 조기 대응의 기회를 놓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향후에는 연령, 건강행태, 기저질환 유무에 맞춘 차별화된 교육 전략과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교육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대한뇌졸중학회,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결과는 미국심장협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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