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이사장 "담배회사, 중독성 책임져야…과학적 근거도 부족"
담배소송 항소심 "국가가 국민 보호한다는 믿음 줘야"
"흡연은 폐암의 강력한 원인…막지 않는 게 자살 방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10여 년 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이 22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재판정에서 이뤄졌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날 "흡연율이 정체 또는 증가하는 현황의 본질은 새 흡연자 유입 증가와 더불어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을 보여준다"며 담배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흡연으로 추가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6년 넘게 진행된 1심 공방에서 건보공단은 패소했다.
1심은 소송을 제기한 건보공단이 급여를 지출하는 것은 보험관계에 따른 것에 불과해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환자들의 암 발병에는 흡연 외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 책임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021년 6월 항소심 첫 재판을 시작으로 이날 12차 변론이 진행됐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이사장이 직접 참석해 변론을 이어갔다.
최근 건보공단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54.49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전 요인보다 흡연 기간이 암 발병에 더 강력한 원인이 된다는 의미로, 정 이사장은 "피고 측은 담배의 중독성에 대해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배 회사는 위험물질을 제조, 판매한 책임과 불명확한 위험성 경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흡연을 막지 않는 것은 '자살 방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1년에 국민 약 6만 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숨진다. 대형 여객기 120대가 추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고 측은 담배와 암의 역학적, 개인별 인과성을 입증한 반면 피고 측의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분명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단체도 이날 "흡연은 철저한 중독 설계와 은폐·왜곡된 마케팅의 결과"라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공단의 소송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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