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도 유일하게 한국 당기는 일본…속내는?
日 외무상, 7년만에 방한…한일·한미일 중요성 피력
일측, 방한·현충원 참배 먼저 제의…동북아 정세 '주도' 이미지 부각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주요국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명분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꾀함과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동북아시아 정세를 주도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단 분석이 14일 나온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전날인 13일 일본 외무상으로서는 7년 만에 방한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실시하고 한일관계,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한일 외교장관의 공동 기자회견도 14년 만에 개최됐는데, 이와야 외무상이 '한국이 사도광산 등 문제에 있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아니다'라는 전향적 입장을 낸 대목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에서의 추도식 문제로 깊어진 한일 간 갈등을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 트럼프 행정부 측에도 3국 간 전략적 공조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일, 한미일 3각 공조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방한 첫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를 결정한 이와야 외무상의 일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날 이와야 외무상은 7년 만에 현충원을 참배했는데, 이는 일본 측이 먼저 우리 정부에 공문을 통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보는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안정적 한일관계'를 지속하자는 의지로 읽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조 장관이 지난해 12월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일정 변동이 불가피하자, 일본 측이 먼저 나서 우리 측에 방한을 제안했다고 한다. 계엄으로 불거진 한국의 '외교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일, 한미일 관계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 차원에서 방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탄핵 정국을 관망하며 말을 아끼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는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보다 전향적으로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개선된 양국 관계를 발판으로 한일, 한미일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트럼프 측에 어필하며 동북아에서 주도권이 있는 나라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자주 나오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한일관계를 정비하려는 포석을 까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윤석열 정부 이후의 한일관계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보다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야 외무상이 방한해 적극적인 입장을 낸 것은 우리도 전향적인 노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라면서 "상호 간에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인데 얘기했던 부분들이 행동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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