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인상·주한미군 재배치…'트럼프식 청구서' 날아온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트럼프發 안보 리스크 줄일 대책 필요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가 곧 시작된다. 정부의 입장에선 '안보 리스크'가 제기됐던 1기 때와 같이 앞으로 한국으로 날아들 '트럼프식 청구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의 안보 위협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거래 외교' 기조에 맞춰,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트럼프발(發) 안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협상했던 것과 달리, 북핵을 현실로 인정하되 그 위협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이젠 군축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 최근 미국 조야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란 입장을 취해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대북정책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그동안 핵 위협을 일삼아온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
또한, 트럼프가 한국은 '부유한 국가'인 만큼 그에 걸맞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한미는 지난해 오는 2026~30년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을 정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는데, 트럼프가 이를 파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이 압박 카드로 제시될 수도 있다. 조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을 비롯해 심지어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시 비용 청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으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 또한 한반도에서의 비확산 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도록 자체 핵무장,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 북핵 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들을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최소한 잠재적 핵능력 구비를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통해 일본 수준의 핵물질 재처리 능력이나 호주 수준의 핵추진 잠수함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미국의 핵탄두가 가 있는 것처럼 한반도 전용 핵탄두를 지정한다는가, 한미 기지를 핵운용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라며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한 핵억제력을 높이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인 중국·러시아 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재배치 우려와 관련해선 한반도가 미국의 대중 견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유연성을 인정하되, 현재 약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의 수를 증원하도록 미국 측에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양 위원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가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하면 한미 방산협력 자체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한 한국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분야는 호황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트럼프와 주고받을 카드를 최적화 해놓을 필요성이 있다.
양 위원은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시대이다. 미국에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그 전략을 만들어내는 게 정부의 일인데,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그 역할에 한계가 있다면 의회나 민간 분야에서도 뛰어들어 전략을 만들고 트럼프 측 인사들과 접촉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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