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주선'이 파병 반대급부 될까…러시아의 셈범 변화 주목
고위소식통 "러, 핵·미사일 핵심 기술 대북 이전 망설일 것"
美의 종전 협상에 응하고, 北의 '숙원' 풀어주는 외교 구사 가능성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로 북미대화의 다리를 놓을 가능성이 23일 제기된다. 북한의 핵심 우군으로 남으면서 미국과의 '1 대 1' 관계 수립이라는 북한의 궁극적인 '숙원'을 풀어주는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이날 "전투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는 더 커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선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을 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북미대화의 판을 깔아 주는 방식으로 반대급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관측이다. 동시에 러시아는 트럼프의 북미대화 기대감 해소에도 기여하며 미국과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편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정상회담으로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며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 해당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는 자동 군사 개입'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는데, 이를 근거로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했다.
약 1만여 명의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이 사상한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생포된 북한군 등을 통해 이들이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체제의 이익을 위해 파병됐음을 보여 주는 정황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북한군의 희생이 계속 확인되고 악화된 여론이 누적되는 것은 러시아의 입장에선 불편한 대목이다. 북한이 이를 카드로 삼아 반대급부의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러는 이미 일정 수준의 거래에 합의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황이 심화될수록 북한의 요구사항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장관이 이달 6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 공유의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라고 말한 것도 북러 간 관련 소통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에 최고급 기술을 넘겨줄 수 있느냐다.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 기술의 특성상 러시아가 북한에 모든 것을 '오픈'하진 않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가 북미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는 외교적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푸틴 대통령에게 추가 제재 및 관세 부과를 카드로 꺼내 들며 '조기 종전'을 위한 본격 압박 행보를 시작했다.
조기 종전은 사실 국력 소비가 심해진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가 살아있을 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종전의 대가로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것이 경제난 해소를 위해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미국과의 '대결' 의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러시아와의 밀착이 전제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정책의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조건이 마련된다는 것을 전제로 협상에 나서는 것을 피할 이유는 없다는 관측이다.
이 외교 소식통의 관측이 실제 상황이 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중재를 위해 나선 미국을 상대로 러시아가 다시 중재자로 나서는 상황이 된다.
이는 북미대화 전개 시 '한국 패싱'이 우려되는 상황을 가중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북미대화라는 양자 구도 상황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러시아까지 포함한 복합적 판세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러시아를 통해서 북미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미·북·러 또는 중국이 포함되는 4자 대화도 전개될 수 있다"라며 과거 6자회담(남·북·미·일·중·러) 시절의 셈법을 되새겨 '한국 패싱'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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