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게임 5종목 출전한 이한 "연평도 포격전이 삶 바꿔"
"메달보단 화합…한국 2029년 대회 유치, 뜻깊은 일 될 것"
-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휘슬러·서울=뉴스1)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메달이 목표라기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재활에 중점을 두면서 다른 나라 선수와 화합하는 분위기여서 좋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파편상을 당한 이한(34) 선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상이군인체육대회 '2025 캐나다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 선수는 11일 오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스노우보드 종목 경기에 출전하기 전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스노우보드는 물론 실내조정, 수영, 좌식배구, 스켈레톤 등 5개 종목에 출전하는 이 선수는 "상이군인의 보상과 처우를 개선하고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엔 "아쉽게도 없다"라면서도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입대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19세 이등병이었던 이 선수는 북한의 122㎜ 방사포에 의해 얼굴과 왼쪽다리 등 4곳에 파편상을 입었다. 그는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후 자대인 해병대 연평부대로 복귀해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서해 최북단 연평도를 선전포고도 없이 포격했고,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해 격렬한 포격전이 벌어졌다. 연평도 포격전으로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장병 2명이 전사했고, 16명이 다쳤다.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이 선수는 "연평도 포격전이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라며 "유명을 달리한 분들도 있어 슬프고 화도 나지만, 그분들 덕분에 제가 지금 살아있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연평도 포격전을 배경으로 한 연극 '연평'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군인의 존재 이유, 집과 가족의 의미, 꿈과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연극은 지난해 6∼7월 상연됐다.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기억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앓았던 그가 연극에 출연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 선수는 "연평도 포격전 사상자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군 복무를 하다가 돌아가시거나 다친 분들에 대한 예우가 드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연극 출연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상이군인 대상 법률 및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이 선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그렇다 보니 많은 분들이 (북한의 도발로) 돌아가시거나 다치기도 한다"라며 "그런 분들에 대한 처우가 더 개선됐으면 좋겠고, 국민들께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2029 인빅터스 게임 유치 추진과 관련해선 "인빅터스 게임은 다친 군인들이 스포츠 화합을 통해 재활하고 건강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된다면 정말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go@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