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초 '인빅터스 게임' 참가한 육군 상사…"군인 질병휴직 필요"
박우근 상사 "군인 대표 자랑스럽지만 휴직 불가능해 전역 예정"
-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휘슬러·서울=뉴스1)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5 캐나다 밴쿠버·휘슬러 인빅터스 게임'에 육군의 권영수·박우근 상사가 대한민국 현역 군인으론 최초로 참가했다. 이들은 군인도 공무원처럼 질병휴직을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네덜란드 헤이그 인빅터스 게임에 처음 참가한 후 2023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회까지 전역한 상이군인으로만 대표팀을 구성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현역 군인을 발탁했다. 23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는 총 11명의 현역 군인이 참가했다.
12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난 육군 12사단 소속 권영수 상사(48)는 이번 대회에서 수영, 실내조정, 휠체어컬링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권 상사는 지난 7일 휠체어컬링 경기에선 이환경(51), 김영민(53), 김관수(52)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권 상사는 2015년 임무 중 큰 교통사고로 경추와 요추 등을 심하게 다쳤다. 그는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군 생활이 힘들어 요양을 위해 휴직하고 싶었지만 질병휴직 제도가 없어 포기해야 했다.
올해로 입대 30년이 된 권 상사는 "공무원은 질병휴직이 가능한데 군인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질병휴직 제도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상사는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합숙 훈련을 하면서부터 삶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권 상사는 "목표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되니 삶이 달라지는 느낌"이라며 "현역 군인으로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신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상이군경회 관계자들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육군 17사단에 근무하는 박우근 상사(42)는 실내조정, 좌식배구, 스켈레톤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2001년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2011년 육군에 재입대한 박 상사는 2021년 한강 하구에서 강안 경계작전 중 북한군 지뢰를 밟아 다리를 다친 뒤 1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박 상사는 전상(戰傷) 인정을 받고 부대로 복귀했지만 몸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도 깊었다고 한다. 어렵게 군 복무를 이어가던 박 상사는 요양하고 싶었지만 군인은 공무원과 달리 질병휴직을 신청할 수 없어 결국 전역을 선택했다. 그는 올해 5월부터 전직지원반에 들어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질병휴직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군인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2018년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무 중 다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군인이 최대 3년간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국회 회기 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박 상사는 "이곳에 오기 전 부상 관련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외국 군인들이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대하는 자세와 상이군인을 대하는 국가의 모습에 깊이 감동했다"라며 "군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해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돼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박 상사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2029 인빅터스 게임 유치와 관련해선 "(개최를 계기로) 아직 보훈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부상 군인을 예우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일류 보훈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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