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본격화되면…우크라-러시아 사이 한국의 외교 전략은?
'한러관계 복원·우크라 재건 사업' 모두 수요 발생
우크라 재건 사업 참여로 미국의 '청구서' 대응 카드 마련 가능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그간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중을 뒀던 정부의 외교 전략에도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갖고 종전 협상의 본격 개시를 사실상 선언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여부를 밝히기 꺼려했던 푸틴 대통령도 크렘린궁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대면 회담 준비를 서두를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라는 선명한 입장을 냈다.
미국은 국무장관·중앙정보국(CIA) 국장·국가안보보좌관·중동 특사 등으로 '협상팀'이 꾸렸다. 러시아 역시 협상단을 꾸리고 있다고 밝히면서, 곧 양측은 실무선에서 시작해 고위급으로 올라가는 방식의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빠르게 진행되면 한국의 입장에선 두 가지 과제를 새로 맞이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닫혔던 한러관계 복원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가해 외교적 보폭을 넓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러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한국은 서방의 대러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면서 동시에 북한과 전방위적인 밀착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의 안보 지형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항구적 대립 노선을 택하는 것은 명분은 얻어도 실리가 없는 판단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대적으로 개발 수요가 많은 극동 지역까지 영토가 뻗어 있는 러시아를 통해 얻을 경제적 이익이 상당하고, 안보적으로는 북한을 견제할 수단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종전 혹은 휴전 이후 한러관계 복원 행보를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제적 제스처를 통해 러시아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러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우크라전 종전 성과가 나면 한러관계 개선을 위한 운신의 폭이 마련될 것"이라며 "미러관계 개선은 곧 북러동맹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위협을 덜어낼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설정 역시 중요하다. 우크라의 입장에선 그간 꾸준히 한국에 요구했던 무기 지원에 대한 화답이 성에 차지 않는 상황에서, 전후 복구에라도 한국의 '결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관측이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종전에 협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냄으로써 한국을 향한 '청구서'의 부담을 줄이는 카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그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방향을 논의·조정하는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거나,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를 주제로 한 고위급 국제회의인 '우크라이나 복구회의'(URC)에 꾸준히 참석해 이른바 '재건 지분'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ntiger@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