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뉴스1) 정윤영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한미 간 첫 고위급 회담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비상계엄으로 인해 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면 외교가 이뤄질 때까지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양국의 외교 기조가 대체로 '동일 선상'에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유대 관계 형성 △한미 동맹·북한·경제 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인 등의 목표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 조 장관은 '3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십분 활용해 관세 문제까지 포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청취하면서 별도의 '반론' 내지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교부는 한미 간 상견례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문제, 경제 협력에 대한 한국의 기대치와 미국의 입장이 이번 순방을 통해 조금은 분명해졌다"라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 북핵 관련 문안이 상당히 강해져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인지 '바이든 행정부'인지 모를 정도로 정책의 연속성이 두드러졌다"라고 이번 순방의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확인받은 것도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현안인 관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한 '원칙'을 확인받았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보다 노골적인 미국의 청구서가 제시된 것은 우리가 새로 안게 된 숙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의지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진 어쩔 수 없이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 비상계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조 장관의 순방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교가 감내해야 할 시간은 길고, 처리할 과제는 산적하다는 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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