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장성도 불구속 재판 원칙"…인권위 권고대로 보석 석방될까
"일반인 접견·보석 허가 적극 검토" 의견 표명
이진우 前 수방사령관 보석 기각 결정이 '선례' 될 가능성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군 장성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보석 허가 및 접견 해제를 적극 검토할 것을 법원과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들이 계엄 사태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인권위 권고의 적절성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20일 제기된다.
인권위는 전날인 19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군 장성 5명(박안수,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문상호)에 대해 법원이 일반인 접견 및 보석 허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이들에게 적용된 일반인 접견 및 서신 수발 금지 조치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긴급 구제를 신청한 바 있다.
해당 안건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인권위법에 따라 각하됐는데, 이와 별개로 인권위는 법원의 접견 금지 및 구속 조치가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해 의견 표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근거로 인권위는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자 군 병력이 무력 사용 없이 철수해 내란죄 구성 요건인 폭동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인 점 등을 들었다.
또 이들이 배우자 및 직계 혈족 등 다른 사람과 접견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한 물건을 수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담았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겐 수감 중인 피고인들을 외부로 호송할 시 수갑이나 포승줄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군 교정 시설의 경우 군형집행법에 따라 법무부가 아닌 국방부가 보호장비 사용 등을 규제할 권한을 가진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이행 근거가 없어 이를 꼭 따라야 할 강제성은 없다. 다만 변호사 외 접견 금지 결정 등에 대해선 이미 법원에서 일부 장성들에 대해 항고 일부 인용 결정을 한 만큼, 인권위의 권고가 추후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19일 기준 서울고등법원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해선 이들이 제기한 접견 등 금지 결정에 대한 항고를 일부 인용한 상황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낸 피고인 접견 등 금지 결정에 대한 항고 인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보석 허가의 경우, 일각에선 이번 인권위 권고가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관계자들에게 방어 논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사령관 등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장성들이 재판에서 펼쳤던 논리와 인권위에서 주장한 논리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인지 정당한 통치권 행사인지, 계엄 당시 군 병력 투입 및 철수 과정이 내란에 해당하는지 등이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아 구속 재판을 진행할 경우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사령관도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보석 허가 청구 심리에서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 여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인 점, 이 전 사령관에게 내란의 고의가 없어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미 이 전 사령관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 신청을 기각한 만큼, 다른 사령관들이 보석 신청 청구를 한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일부 군 장성들은 보석 청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선례에 비춰봤을 때 범죄 사실이 명백하거나 물증이 확보돼 있다면 군사 법원에서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경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고, 내란죄 요건의 해석에 있어서도 의견이 분분해 법원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 사실이 유사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가담 정도가 비슷하다는 전제 하에선 큰 틀에서 법리적 판단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전 사령관의 보석 기각 등) 선례가 있다면 인권위가 권고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라고 예상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아직 결정문이 군사 법원에 송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 입장 발표를 유보한 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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