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가는 길, 바르게 걷고 싶어" 육사 첫 여성 여단장 생도의 각오
"롤모델 삼고 싶어" 후배 축하에 바른길 가야겠다고 다짐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라는 축사 와닿아…헌신하는 군인 될 것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제가 실패하면 후배들이 도전조차 못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2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육사)에서 열린 제81기 졸업식 및 임관식에서는 생경한 장면이 연출됐다. 제복을 차려입고 간격을 맞춰 도열한 200여 명의 생도들의 선두에 그물망으로 단정히 머리를 묶은 여생도가 선 것이다.
"제자리에 서!", "차렷!" 앳되지만, 힘 있는 구령이 운동장을 울렸다. 졸업 및 임관 생도를 이끄는 여단장 역할에 여생도가 나선 것은 육사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임수민 소위(23·보병)는 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책임감과 부담을 동시에 느꼈다"라며 여단장 '임명' 순간을 돌아봤다. 인터뷰는 임 소위가 신임 장교 지휘 참모 과정 교육을 받는 중이라 서면으로 진행됐다.
임 소위는 "여단장 생도가 된 후 후배 여생도가 '롤모델로 삼고 열심히 생도 생활을 하겠다'며 축하해줬는데, 내가 가는 길을 누가 따라올 수 있으니 바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동시에 내가 실패하면 여단장 생도를 꿈꾸는 여생도들이 도전조차 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부담감도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여단장 생도로 뽑힌 이후 임 소위의 생활은 고민과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생도와 훈육관 간 의견을 조정하거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리더와 중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 여단장 생도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임 소위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쪽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고민도, 실수도 많이 했다"면서도 "그 어려움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임수민'이라는 사람이 처음 겪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임 소위가 직업 군인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건 '타인을 위한 삶'이라는 군인의 사명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인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임 소위는 "2학년 하계 훈련 때 보병학교 식당에서 '군인이란, 직업이 아닌 삶이다'라는 문구를 봤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게 군인이라고 생각하며, 그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그런 임 소위에게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의 졸업식 축사는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임 소위는 "매일 아침 점호와 금요일 '화랑 의식'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생명과 충성을 바친다는 내용의 복무 신조와 사관생도 신조를 외친다"며 "늘 외치던 구절인 만큼 김 직무대행의 말씀은 자연스럽게 와닿았다"라고 했다.
앞서 김 직무대행은 27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군인에게 충성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며 "어떤 순간에도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올바른 충성과 용기를 실천해달라"라고 당부한 바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장성들 중 상당수가 육사 출신인 것을 염두에 둔 축사였다.
임 소위는 생도 시절 배운 군사적 지식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육사 졸업생 223명은 졸업 및 임관 후 오는 6월까지 각 병과학교에서 신임 장교 지휘 참모과정 교육을 받고 야전부대로 배치된다.
임 소위는 "장교가 되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생각에 설렘과 기대감이 크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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