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규슈 지역경제통합이 '패권 경쟁' 대응책[한중일 글로벌 삼국지]
"부산권 부흥과 '가덕도 신공항'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안"
(서울=뉴스1) 백범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월 초순 개최된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 계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 수소탄과 인공위성)부터 선저우(우주선), 딥시크(AI) 까지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이룩했다"라고 자랑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달하는 37조 달러의 국채에 허덕이고 있다. 2024년 이자만 1조 달러(1450조 원)로 국방예산 8950억 달러(1297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은 '양천조국(兩千兆國)'이 되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제조업 생산액은 2.5조 달러로 4.7조 달러인 중국의 약 2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로부터 '삥'을 뜯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약체화되었다. 트럼프 2기 미(美)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건 배경이다. 트럼프 정부는 'MAGA'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 급격한 관세율 인상이나 통상협정 재조정 정도가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 리쇼어링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 재편도 시도하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2024년 발표한 '20년 동안의 중요 기술 추적: 장기적 연구 투자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핵심기술 64개 중 57개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한다. 2000년대 중반 64개 중 60개 분야에서 앞섰던 미국의 선두 분야는 7개로 줄어들었다. 한국은 20년 전에는 64개 중 7개 분야에서만 5위 안에 들었으나, 2024년에는 24개 분야에서 5위 안에 들었다. 중국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나, 동일 기간 상위 5위 안에 든 분야가 32개에서 8개로 줄어든 일본에 비해서는 찬탄할 만하다.
중국의 초스피드 과학기술 발전, 트럼프 2기 미정부의 과격한 정책 변경은 한국에게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요구한다. 한국은 △디지털·인공지능(AI) 국제표준 및 규범 정립을 통한 디지털 무역 확대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및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공급망 자립과 안정화 △첨단기술·AI 기반 신(新)산업 무역 확대 등의 방향으로 과학기술․통상정책을 획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중국(2729억 달러)과 미국(1999억 달러)은 한국의 제1, 2위 무역 상대국이다. 정부는 범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경제․통상 측면에서 미․중 간 밸런스 유지, AI와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 개발 가속화 등을 밀고 나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EU 등과의 부문별 협력 확대도 필요하다.
트럼프 2기 미정부의 주공격 목표는 중국이다. 관세율 인상을 넘어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의 면세 기준 폐지와 첨단기술 수출 규제 강화 등 제재 조치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재편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적응과 미중 간 균형 잡기 등 난이도 높은 숙제들을 계속 받아들 것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정부가 도입한 추가 관세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일본 역시 트럼프 2기 정부의 강압적 통상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일본은 미국과의 자동차 등 무역에서 683억 달러(한국 5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은 트럼프 2기 미정부 출범 전부터 대미 투자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대미 관계를 관리해 왔지만, 여전히 '미국 우선(America First)' 경제통상정책이 가져올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조기 성사시켜 '대미 1조 달러 투자 목표' 및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흑자 축소, 국방비 증액 등 구체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 여부 등에 대해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
대미 경제통상관계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 멕시코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상당 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 모두 미국으로부터 LNG 등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것도 같다. 미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일본의 대응과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 대책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한국은 미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LNG 수입 확대와 알래스카 천연가스전 개발 문제 등에서 일본과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일 지역경제통합 프레임워크 창설을 주도해야 한다. 수도권에 밀려 약화하고 있는 영남과 도쿄권-오사카권에 의해 오래전 변방으로 밀려난 규슈를 묶어 부산과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지역경제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영남과 규슈는 면적(32,300㎢, 44,500㎢), 인구(1247만 명, 1395만 명), 경제력(GRDP 약 4500억 달러, 약 4200억 달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하다. 규슈의 중심 후쿠오카는 오사카보다는 부산이 더 가깝고, 도쿄보다는 서울이 더 가깝다. 영남-규슈 지역경제통합은 소멸도시로 전락한 부산을 재생시키고, 2026년 3월 착공 예정으로 경제성, 안전성 등 측면에서 논란 많은 가덕도 신공항의 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영남과 규슈는 1차로 영남‐규슈 간 해․공로 확대와 제한 없는 출입경 보장, 2차로 상대지역에 대한 자유 취업, 거주, 비즈니스가 가능한 도해증(渡海證) 발급, 3차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 등을 통한 육로 교통 확보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한일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구체 협의 과정에서 과거사와 동중국해 한일 공동수역, 안보협력 문제 등에 대한 논의 역시 좋은 방향으로 결론 날 수 있다. 영남-규슈 지역경제통합을 통한 한일관계 강화는 세계가 미국, 중국, 유럽으로 삼분(三分)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현 국제상황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레버리지로 작동할 것이다. 영남-규슈 지역경제통합은 '돌 하나로 새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방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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