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트럼프 대북 구상…북러 밀착 깨야 김정은 만난다
트럼프 "북한과 소통 중" 확인했지만…시점·내용은 언급 안 해
전문가 "김정은, 북미관계 개선 요인 없어"…대화 재개 '장기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미 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북미 간 유의미한 접촉이나 소통은 진행 중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세 폭탄 투하에 집중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와 연락할 계획이 있는가'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 소통하고 있다(there is communication)"라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소통 시점 등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최근 소통이 있었던 걸 말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대화 의지를 계속 갖고 있다는 건 이번에 다시 확인된 측면이 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트럼프식 '군불 때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종의 '상황 관리'를 위한 전략적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차적으로 김 총비서와의 소통 채널을 다시금 복원하고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김 총비서에게 연락을 받으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동맹 복원으로 '뒷배'를 얻은 김 총비서로선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시급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손짓'에 그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던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러 간 접촉을 일단 '관망'하고 있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7일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미국과의 접촉 내용을 북한 측에 상세히 알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대화 손짓을 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응하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엔 아직 실질적인 접촉 제안을 보지 못했다"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대화 재개까지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결국 러북 밀착을 깨트려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 입장에선 북미관계를 특별히 개선해야 할 요인이 현재로선 없다"라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듣고 전향적으로 나오는지에 대해서 확인한 다음에 대응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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