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넣어 '패키지 딜'한다더니…美, 전략 수정이냐 협상력 높이기냐
2+2서 방위비 함구한 美…트럼프는 "군대 문제, 관세 협상의 거래 대상 아냐"
향후 '관세 전쟁'처럼 '방위비 전쟁' 제기될 가능성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간 '2+2(재무·통상) 협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사안은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 방위비 문제가 포함된 '패키지 딜'을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 문제를 거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라며 180도 입장이 달라진 듯한 발언을 내놨다.
미국이 '패키지 딜'의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과, 통상 문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방위비 문제의 불씨를 관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25일 제기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청사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1시간 10분가량 협의를 했다.
우리 측은 상호·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에너지 안보와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상호 기여 방안 등을 제안했다. 양측은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까지 관세 폐지를 위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 후 한국과 관세와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합작투자,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원스톱 쇼핑'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상호관세 등 경제통상 협의와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를 연결시키는 '패키지 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 문제는 아예 협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회담 도중 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군대 문제를 그 어떤 협상에서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라는 언급을 내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스톱 쇼핑'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두고 세 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일단 우리와의 통상 협의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2+2 협의에서 제시한 제안이 미국의 입맛에 맞아 굳이 방위비 문제를 꺼내 당장의 협상력을 높일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도 이번 협의가 '매우 성공적'(very successful)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한국 측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본격적인 협상이 전개되고 협상에 난관이 생겼을 때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방위비 문제를 일단 서랍에 넣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방위비 문제를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해 이번엔 보다 신중한 접근법을 찾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관세와 방위비는 현재 미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연계된 사안"이라며 "2+2 첫 협의에서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분명히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오히려 방위비 문제의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관세 문제와 방위비 문제를 지나치게 연계할 경우 안보 비용에 있어 자신들이 일부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이는 각국과의 초기 접촉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해 방위비를 연계하지 않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선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관세 문제가 한 차례 정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전쟁'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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