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많았고 행동은 없었다…북미대화 불씨는 여전
[트럼프 100일] 관세전쟁 등 현안에 밀린 북미대화…北은 핵으로 대미 압박 지속
임기 짧은 트럼프, 성과 급해…"북러 셈법 바꿀 우크라전 종전이 중요"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면서 북미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해 왔다. 그러나 취임 100일(오는 29일)을 맞이하는 상황에서도 가시적인 진전을 이뤄내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이란과의 핵 협상이 재개되면서 북미대화는 완전히 후순위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다. 여기에 관세전쟁의 본격화로 미국이 오히려 북한과 접촉할 여력이 없다는 상황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대화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관세 협상의 일단락과 함께 우크라전 종전 협상의 진전과 이란 핵 협상의 분위기가 잡히면 북미대화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이후 틈날 때마다 "저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라거나 김 총비서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다면서 북한과의 관계 재구축 의사를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무엇보다 북한을 여러 차례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칭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북한에 '호의'를 보였다. 이는 집권 1기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를 줄이는 핵 군축을 의제로 한 협상을 시사한 것이어서 북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등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은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북한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지 못한 미국이 나름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라면서, 이것이 북미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야심 차게 시작한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세 전쟁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쉽지 않다. 10년 만에 재개된 이란의 핵 협상이 북핵 협상의 '모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복잡한 사안들을 모두 '성과적으로' 다루기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결코 길지 않다.
당장 미국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듯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핵무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란 듯 핵무기연구소를 찾고, 핵추진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하는 등 핵 무력 강화 방침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인 집념"이라며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 연설에서 한미의 적대적 군사행동에 맞서 해군의 활동 수역을 영해가 아닌 '원양'으로 넓히겠다면서 "세계의 모든 수역으로 진출해 적수국들의 침략을 견제하고 선제 또는 최후의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건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이러한 모습은 표면적으로는 '무관심'을 앞세우면서 오히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것으로도 보인다. 대화가 늦어질수록 핵무력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미국이 받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라는 압박인 셈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너무 늦어지지만 않는다면 북핵 문제가 미국 외교의 후순위로 밀린 현재의 상황이 '핵 능력'을 강화할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볼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과 실무협상을 주도할 '라인업'의 구성이 늦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공식적인 대북정책이 수립되지 않아도 언제든 대북 접촉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나 이란 핵 협상, 관제 전쟁 중 뭐라도 성과를 내야 그다음 스텝을 밟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추이가 북미대화 시점을 가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러 간 밀착의 변화가 북미대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전 협상에 따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도 바뀌고 북한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라며 "트럼프 정부도 종전 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매듭을 짓고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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