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승절 앞두고 파병 인정한 북러…5월 모스크바 정상회담 성사되나
'승전' 분위기 띄우며 전승절 80주년 대대적 경축 예상
전승절 다자회의엔 불참해도 별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연이어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인정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내달 9일로 예정된 러시아의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정상회담까지 추진하며 '승전'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북한은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공개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 입장문에서 러우전쟁 파병 사실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강점한 쿠르스크 지역을 완전 해방하기 위한 작전에서 영웅적 위훈을 세웠다"라며 이번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도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군 총참모장 간 화상회의 내용을 전하며 "쿠르스크 지역은 완전히 해방됐다"라며 "우크라이나는 패했으며 북한군이 우크라군 침투 부대 격파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러가 모두 파병 사실을 인정하며 '승전'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조만간 두 정상이 만나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승절은 소련 시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올해는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 등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기념행사에 초청하는 등 외교력 과시를 위한 장으로 이번 전승절을 준비 중이다. 이는 미국과 진행 중인 우크라전 종전 협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간을 끌어봤자 승리하는 것은 우리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해 협상력도 높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전승절 행사 참석도 북한보다는 러시아가 더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전승절 행사에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총비서가 다자회의에 나선 경험이 없다는 측면에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집권 때부터 상대국과의 '1 대 1' 정상회담을 선호해 왔다.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부각하기엔 다자회의보다 양자회담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김 총비서 집권 후엔 '세련된 외교'를 추구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회의의 보편적 틀인 다자회의를 피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또 북러 밀착을 추구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방국이 대거 참석하는 전승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이득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북한의 복잡한 입장을 고려해 전승절 본행사 직전이나 직후 김 총비서를 따로 국빈으로 초청해 회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총비서가 다자무대인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다른 국가 정상들과 섞일 가능성은 작다"라며 "그러나 전승절 전후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는 있다. 김 총비서의 방러 가능성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미국에 대응하는 북중러 3각 밀착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크라전 종전 협상에 난항을 겪는 러시아와, 미국과의 '핵 담판'이 필요한 북한, 미국과 관세 전쟁을 치르는 중국이 제각기 이익을 계산해 미국과의 '공동 전선'을 꾸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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