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욕심에 빠르게 호응한 정부, '과속' 경고음도[한반도 GPS]
"한미 간 관세 문제 빠르게 협상하되 적절한 '밀당'도 필요"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습니다. 출범과 동시에 150년간 접경을 맞댄 우방국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매일,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4월엔 매일 미국의 관세 부과 변동 사항만 체크해도 손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중국에게 부과한 관세는 매일 상승하다 145%까지 올라갔습니다. 800달러 미만의 직구 상품에 적용되던 '소액 면세 제도'까지 폐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칭하며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발표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됐습니다. 와중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인도·영국·호주와는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각국이 공동 대응 역량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 속도는 꽤 빠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콕 집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서 미국과 '2+2' 통상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신경이 좀 쓰이는 발언이 있습니다. 2+2 협의의 카운터파트였던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한국이 협상을 6월 대선 전에 적극적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라고 발언한 것입니다.
이는 베센트 장관이 '한국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입니다. 한미는 2+2 협의를 통해 7월에 협상을 타결하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베센트 장관의 말만 보면 한국이 먼저 '메이 패키지'(May package)를 제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성과가 급한 쪽은 미국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는데 누구라도 항복하지 않으면 면이 서질 않기 때문입니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블러핑'이거나, 내부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외교부 내에서는 '속도 조절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외교부는 한미 통상 협의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와의 협상 전략을 수립할 때 빠질 수 없는 부처입니다. 이런 외교부에서 감지되는 불안감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당국자는 "우리가 너무 많은 패를 보여 준 것 아닌가 싶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런 외교부의 분위기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료 중심으로 전략과 협상 속도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패싱'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경제 관료도 물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겠지만, 외교부의 생각은 정권 교체기에 서두르기엔 통상 협의의 '사이즈'가 너무 크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지금 미국에 너무 많은 약속을 하면, 혹시 판단이 다를 수 있는 차기 정부가 출범했을 때 그대로 갈등 요인이 된다는 판단인 셈입니다.
'관심법'을 구사하지 않는 이상, 협상에서 나의 패를 너무 빨리 내보이면 상대방이 유리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서두를 건 서두르되, 마지막 순간까지 '필살기'는 아껴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상 협의의 '패키지'에선 빠졌지만 곧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도 예고된 상황입니다. 이게 또 만만치 않은 사안임은 트럼프 1기 때 이미 겪었습니다.
협상도 연애와 같이 때로는 '밀당'이 필요합니다. 지금 밀당을 제대로 못 하면, 방위비 협상이라는 '2라운드' 대비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yoonge@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