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 尹 만찬서 계엄군 투입 장소 언급됐다
尹·김용현·여인형·이진우 모인 자리에서 '국회·선관위·민주당사' 거론돼
곽종근 "임무 복창한 느낌"…'계엄' 직접 언급은 없어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인 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계엄 장성'들을 모아 함께 식사하면서 '비상시 계획'을 논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곽 전 사령관은 자신이 참석한 2024년 11월 9일 만찬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에 대해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이 장소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실제로 계엄군이 출동한 곳이다.
곽 전 사령관에 따르면 11월 9일 만찬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앉아있는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한마디씩 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이 전 사령관은 대비태세 부분을 이야기했고, 이후 김 전 장관이 강호필 당시 지상작전사령관에 전화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각 사령관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났기 때문에 서로 다음 대화가 오가진 않았다"라며 "지금 돌이켜보면 여인형과 저, 이진우, 강호필까지 임무를 복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무를 복창하라고 김 전 장관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제 느낌이 (그랬다)"라며 각 부대가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리는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곽 전 사령관은 여 전 사령관의 언급이 "구체적으로 기억은 나진 않는다"라면서도 "'선관위에 방첩사가 간다', '국회에는 수방사가 간다'라는 정도는 서로(사령관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말해 비상계엄의 '사전 모의'와 관련된 동향이 있었음을 진술했다.
아울러 곽 전 사령관은 "2024년 이후 대통령 주관으론 4월 초, 6월 17일, 10월 1일, 11월 9일 등의 식사에 참석했다"라며 "6월 17일은 친목 성격이 강했던 것 같고, 그 이후부터는 격려와 12월 3일 전반 상황이 연계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식사가) 계엄과 연결됐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모임의 성격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계엄과)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에 따른 어려움과 '시국'을 주로 언급했으나 비상계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은 자신이 비상계엄 날짜를 몰랐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대비태세를 잘하겠다'는 취지에서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이 군사법원법 325조 1항과 2항에 대해 냈던 위헌법률 심판 신청을 기각했다. 이 조항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영상녹화물 등이 있을 경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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