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 尹 만찬서 계엄군 투입 장소 언급돼(종합)
곽종근 법정 증언…여인형이 직접 언급, '계엄 사전 모의' 정황
"尹 대통령, 김용현·계엄 장성 앞에서 '비상 대권' 언급"
- 김예원 기자,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허고운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군 장성들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 대권'을 언급하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비상계엄 때 군이 출동한 기관들을 언급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비상계엄이 사전에 모의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짙게 만드는 대목이다.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여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간 상호 심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증인으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출석했다.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장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비상 대권'이라는 단어를 종종 언급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당시에는 반국가세력으로 인해 시국이 어렵다는 말씀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했다"라며 "발언 시점은 10~11월쯤으로 기억한다. 지금 이 상황으론 해결이 안 되니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비상 대권'이라는 언급을 계엄과 연결 짓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조치'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등을 대비한 대비태세 강화 조치 가능성 정도로 이해했다는 것이 곽 전 사령관의 입장이다.
계엄 선포 한 달 전인 11월 9일엔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 전 사령관이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여 전 사령관이 12월 3일에 실제 계엄군이 출동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곽 전 사령관은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에 따르면 11월 모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진행됐다. 술을 곁들여 저녁을 먹다 김 전 장관이 세 사령관에게 '한마디씩 하라'라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대비태세를 잘 갖추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은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의 장소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장관이 강호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에 전화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는 여 전 사령관의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억은 나진 않는다"라면서도 이 식사 자리 이후 "'선관위에 방첩사가 간다', '국회에는 수방사가 간다'라는 정도는 서로(사령관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라고 말해 비상계엄의 '사전 모의'와 관련된 동향이 있었음을 진술했다.
그러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여인형과 저, 이진우, 강호필까지 각자 임무를 복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 대통령뿐 아니라 여 전 사령관도 반국가세력 등이 언급된 유튜브 링크를 공유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곽 전 사령관은 "2024년 이후 대통령 주관으론 4월 초, 6월 17일, 10월 1일, 11월 9일 등의 식사에 참석했다"라며 "6월 17일은 친목 성격이 강했던 것 같고, 그 이후부터는 격려와 12월 3일 전반 상황이 연계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식사가) 계엄과 연결됐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모임의 성격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계엄과)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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