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승절 초청장 받은 韓, '불참' 발표 못한 속사정
우크라전 종전 협상에…전후 한러관계 회복 포석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불참했다. 다만 정부는 불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추이에 따라 향후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회복 필요성을 고려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10일 제기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후,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분류하고 주요 국가 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승전 8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며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거의 모든 나라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대사관을 통해 초청장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7일까지도 "제반 사항을 고려해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리고 불참을 최종 결정한 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불참 이유는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인정하는 등 한반도 안보 위협 요인인 군사적 협력 지속 때문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의 파병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대표단이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북러의 협력을 용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우크라전 종전 이후 한러관계 회복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전 이후 교류협력 사업을 대폭 축소했지만, 전쟁 이전 밀접했던 경제 교류에 대한 양국의 수요는 여전히 크다. 그 때문에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과 러시아는 전후 외교 관계 회복을 대비해 실무선에서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올해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총 29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대신 신홍철 주러 대사가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성격이 '전승 기념'을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反)서방 연대' 성격을 띤 것도 정부의 불참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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