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실상 멈춘 경항모 사업 수정…F-35B 대신 '전투무인기' 탑재
"우크라 전쟁 등서 무인기 운용 효과 입증…北 해군력 등도 고려"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해군이 기존의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 대신 무인기 중심의 '미래형 함정'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전투·자폭·감시정찰용 무인항공기를 운용하는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사업 전환을 추진하면서다.
1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해군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 기존 경항모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전력건설 계획을 공식 보고했다. 이 사업은 해군이 추진해 온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건조 계획의 연장선에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유인기 중심의 항공모함 개념에서 벗어나 무인기 운용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형 지휘함을 지향한다.
기존 경항모 사업은 오는 2033년까지 전장 260m, 폭 40m, 약 3만톤(t)급 항모를 건조하고,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B 20대를 탑재하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항모의 전략적 필요성과 비용 대비 효율성을 둘러싼 지적이 제기되며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업 전환 배경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전장에서 입증된 무인기 운용의 효과,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 발전 추세, 그리고 북한 해군력과 주변국 해군력의 급속한 증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무인 전투기와 자폭형, 감시정찰형 무인항공기(UAV)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 수십 대를 함정에 탑재할 방침이다.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 등 유인 항공전력도 일부 유지된다.
사업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경항모 건조에만 약 2조6000억원인데, 여기에 F-35B 20대를 포함할 경우 전체 사업비는 7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런 가운데 무인기 중심의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면서 항공기 도입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총사업비는 수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 관계자는 "무인기도 대부분 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향후 실제 획득단가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함정은 전장 규모는 기존과 유사하되, 미래 해양전장에서 유·무인 복합 전력의 거점이 될 지휘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와 대응, 핵심표적 타격 및 강습상륙작전 수행, 해상교통로 보호, 재해·재난 대응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은 현재 HD현대중공업에 개념설계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이며, 이달 말 합동참모회의에 사업 변경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미 소요 결정이 이뤄진 기존 경항모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선 합참에서의 소요 조정 의결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차기 정부 이후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며, 군은 연내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2030년대 후반 신형 함정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 수정이 단순한 함정 설계 변경을 넘어, 우리 군의 무기체계 운용 방식이 유인기 중심에서 유·무인 융합 전력 중심으로 본격 전환되는 분수령으로 평가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F-35B 같은 유인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더 큰 공간과 높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무인기는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현대전에서의 실전 운용 가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라며 "해군이 미래 전장을 고려해 무인기 중심의 플랫폼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전략적으로도 타당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 해군과 공군의 전반적인 역량과 예산 상황을 고려할 때, 유인 전투기 기반의 항공모함보다는 무인기 중심 전력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유리한 선택"이라며 "기술적으로 무인기 운용 기반은 상당히 갖춰져 있고, 실제 항모에서 이착륙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인기라면 부담 없이 운용하면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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