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찾던 드론이 적 탐지"…민간 드론, 해양 방어에 활용한다
해군, 무인 체계 운용 검증 훈련…운송·물류 민간 드론 참여
현대전에서 주목받는 '골판지 드론'·'무인 수상정'도 등장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드론이 이륙해서 표적을 향해 기동 중입니다"
13일 울산 동구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 전시 상황실 안, 사람들의 시선은 다목적 자항바지선이자 드론모함으로 이용되는 '해양오호'에서 이륙한 정찰·감시용 수직이착륙드론(VTOL)이 생중계하는 해상 화면에 머물렀다.
실시간으로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이 드론은 길이 4m의 대형 드론으로, 최대 시속 80㎞의 속도로 3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40배까지 표적 확대가 가능해 정밀한 식별도 가능하며 위성용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센서 카메라도 달려 있어 원래는 대서양 참치 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날 훈련에선 해양 군사 작전에 동원돼 표적을 감시하고 식별하는 군사용 드론의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전에서 위기 상황 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사용 무인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해군이 사상 최초로 민간 드론의 군사적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 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군이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무인 수상정과 드론 등을 활용해 해상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 훈련을 실시 중이다.
무인 수상정 69톤급 '해양누리호'와 고속수상 레저용으로 개발된 3톤급 무인수상정 '아우라'(AURA) 등 무인 수상정 3척, 원양어선의 참치 어군 탐지용 고정익 드론과 폭탄 투하 및 물자 수송이 가능한 상용 멀티콥터 드론, 자폭용 드론으로 활용이 가능한 골판지 드론 등 드론 10대, 드론 모함용 민간 선박(유인) 1척이 훈련에 참여한다.
훈련은 크게 △드론 정찰 감시 △자폭 드론 해상 표적 타격 △투하 드론 지상 표적 공격 △무인수상정 이용 해상표적 공격 4단계로 이뤄진다. 해군은 언론이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에서 훈련 실시간 중계 영상 모니터링을 참관하는 방식으로 훈련 모습을 일부 공개했다.
1단계 드론 정찰 감시에 이은 2단계 훈련은 자폭용 골판지 드론이 해양오호와 해양누리호에서 이륙해 해안 침투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훈련에 사용된 골판지 드론(PapyDrone-800)은 최대 시속 100㎞로 1시간가량 운행할 수 있으며, 최대 20㎞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2시간 내 조립이 가능하며, 개당 150~200만원 선의 가격대라 저비용 고효율이 중시되는 '자폭 공격'에 최적화되어 있다.
3단계 훈련이자 해양누리호의 군수 물자 수송 과정에서 발견된 표적은 해당 배에서 이륙한 상용 멀티콥터 드론이 맡았다. 탄약 투하용 소형 드론으로 개발된 해당 모델(PANDION H-1300)은 날개를 펼쳤을 때 기준 길이 1.3m, 무게 10㎏(배터리 제외)의 드론으로, 비행시간은 최대 30분(수송품 없을 시 최대 59분)이다. 최대 시속 43㎞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드론을 통한 해양 배송 등에도 활용되고 있는 모델로, 이번 훈련에선 폭탄으로 모사된 물통을 해상 표적에 떨어뜨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마지막 4단계 작전은 무인수상정 '아우라' 2척이 가상 해상표적인 해상 누리호를 정찰하고 공격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고속 레저용 보트를 유무인 복합 형태로 제작한 아우라는 길이 8.29m, 폭 2.62m의 3톤급 선박으로, 이번 훈련에선 실제 공격 대신 위협 기동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인수상정은 미사일 탑재용으로 개량돼 적군 전투기를 격추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현대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상 무기 중 하나다. 박상규 해군 본부 동원과장(중령)은 "무인 수상정의 장점은 다량의 폭탄을 싣고 격침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해군은 조타실 무력화, 기능 마비 등 공격을 중점으로 훈련을 준비했다"라고 부연했다. 이 모든 상황은 지휘통제소인 실증센터의 비디오벽에서 모두 중계·전송된다.
해군은 16일까지 모든 훈련을 마무리하고 민간 무인 체계의 군사적 가능성과 적합성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대전에서 필수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상용 무인 체계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위기 상황 시 민간 보유 무인 체계의 군사적 용도의 전환 적합성을 중점으로 무기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위기 상황 시 활용할 민간 보유 무인 체계를 대량 생산해 군 작전을 지원, 군 보유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무기 체계·장비 신속 복제 시스템인 '한국형 레플리케이터'(K-Replicator)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훈련을 지휘한 박 중령은 "앞으로도 상용 드론과 무인 수상정 등을 활용한 작전 동원 계획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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