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잠재력 갖자' vs '시기상조'…이재명 외교안보 자문 경쟁 구도
이종석 '글로벌책임강국위', 위성락 '동북아평화협력위'…동시 발족
"'핵 잠재력 확보' 두고 이종석은 찬성, 위성락은 반대"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책사'와 '대북 책사'가 각각 이끄는 외교안보 정책 자문기구가 동시 발족했다. 대선을 앞두고 한 분야에 두 자문기구가 등장한 셈인데, 두 기구는 '핵 잠재력 확보'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인식을 보이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외교관 출신의 위성락 의원(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좌장을 맡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는 전날인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8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후보 직속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가 발족한 지 6일 만이다.
글로벌책임강국는 참여자가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북아평화협력위는 참여자가 200여 명 규모다.
두 위원회에 모두 참여하는 외교·국방·통일부 출신의 전직 고위 당국자와 학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칭만 다를 뿐 두 위원회 모두 이 후보의 포괄적인 대외 정책 수립을 위해 가동 중인 위원회인 셈이다.
대선 국면에선 정책 수립을 위해 당 내에 싱크탱크 성격의 각종 위원회가 구성되지만, 한 분야에 두 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두 위원회가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 필요성을 두고 상반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종석 전 장관 쪽은 핵 잠재력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외교관 출신의 위성락 의원 측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핵 잠재력 확보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능력 등의 기술적·산업적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핵 무장'의 전 단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지정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 등으로 인해 한국의 핵 무장론이 크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두 위원회 역시 상반된 인식을 보임에 따라 별도의 활동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전 장관과 위성락 의원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당 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각자의 행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자주파'로 분류되는 이 전 장관과,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 의원이 이재명 후보의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수평적 한미관계, 대미 자주외교를 주창하고 대북 포용 정책을 주장하며 '자주파'의 이미지가 각인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의 위 의원은 북핵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북미국장 등을 역임하며 한미관계, 동북아 정세에 밝은 베테랑이다.
그 때문에 당 내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두 위원회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한 민주당 인사는 "외교안보 분야에 두 개의 위원회가 구성된 것과 관련해 이 후보의 의견이 무엇인지 확인된 바는 없다"라고 전했다. '코피티션'(coopetition·경쟁자인 동시에 협력자)을 선호하는 이 후보의 성향이 영향을 준 것일 수 있다는 뜻으로, 두 위원회가 경쟁을 통해 정책 수립에 상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두 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요 인사들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외교안보 분야 고위직에 등용될 것으로 보인다. 위 의원 외에도 조현 전 외교부 차관,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등이 대통령실 핵심 보직 및 국무위원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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