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핵화" vs 金 "남북 핵 균형" 대비 선명한 북핵 공약
[6·3 대선 공약 점검]⑧ 결국 美 스탠스가 관건…로드맵은 대선 후에 윤곽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북핵 공약'은 외교안보통일 분야 공약 중 가장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를 대원칙으로 내세운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우리의 핵 역량을 강화해 남북 간 핵 균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핵 위협의 단계적 감축과 남북관계 복원, 그리고 남북 간 화해·협력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비핵화와 대화를 앞세운 이 후보의 북핵 공약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됐던 대북정책 기조가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핵 위협의 단계적 감축 방안이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북 대화, 비핵화 추진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의중이 한반도 사안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의 실효성이 적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동안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등 핵 능력을 고도화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향해서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없다'라고 선언하는 등 2018년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러시아와 밀착하며 우크라전에 군대를 보내는 등 한미와는 선을 긋고 새로운 진영에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과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작년 대선 유세 기간부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각별한 관계를 내세우며 북미 대화 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고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북한에 각종 '선물'을 던지며 한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빠른 한미 소통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 후보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핵 자강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자 첫 토론회에서 "북이 핵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도 핵을 갖자는 방식은 일본·동남아로 '핵 도미노' 현상을 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한 △자체 핵 보유에 대한 미국의 승인 가능성이 없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핵 자강론'의 문제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그래왔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래식 군사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미국의 핵 확장억제력을 최대한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면서 한반도의 핵을 비핵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남북 핵 균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비례적으로 한국도 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핵 잠재력 강화는 필요시 핵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산업적 기반을 미리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비롯해 미국으로부터 이전된 핵물질의 제3국 이전, 형상·내용 변경을 위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의 합의 수준으로는 핵 잠재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야 핵 잠재력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김 후보는 아울러 북한의 핵 위협이 더욱 가중되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를 한미 간에 협의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나토식 핵 공유는 1966년에 설립된 나토의 핵기획그룹(NPG)에 따른 것으로,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은 미국이 갖는다. 다만 유사시 전투기 등 핵 운반수단은 핵무기를 배치한 나라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튀르키예가 핵 공유 체계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을 의식해 '핵 군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추진할 조짐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 능력 강화를 순순히 받아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아직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며 "외교라는 건 상대가 있는 문제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아직 공개적으로 다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총평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의 역대 정권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 걸어봤던 길"이라며 "그간의 공과를 잘 혼합해서 새로운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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