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치킨·닭강정 못 먹나…'브라질 닭' 공급난에 가격인상 우려
정부, 조만간 닭고기 수급안정대책 마련…농가 지원도 고민 중
브라질산, 국내산 절반 가격…2017년 수입금지때도 가격 8~10% 올라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여파로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 물량의 85~90%를 차지하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됐다. 정부는 수급 불안을 막고자 사육 확대, 수입 다변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브라질산 닭이 주로 쓰이는 닭강정, 닭꼬치, 급식 등의 단기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브라질산 닭은 그동안 국내산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됐기에 외식·가공용 시장에서 국내산으로 대체하려 해도 가격 부담이 수반된다. 아울러 브라질은 전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이어서 유럽연합(EU), 일본 등 브라질 의존도가 높은 다른 국가들도 수입 다변화에 나설 경우, 대체 수출국의 판매가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공급 확대 등 브라질 HPAI에 따른 닭고기 수급 안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급 안정과 동시에 가격 상승을 방지하는 조치로 양계 농가 생산비 지원 등도 폭넓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관련 업계에 종계 생산 기한 연장, 병아리 입식(사육)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주요 수입업체가 2~3개월 치 재고를 비축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국내 육계 사육에는 평균 35일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은 재고분 방출을 통해 수급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닭강정, 닭꼬치 등 수입 닭고기가 사용됐던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 조치가 있었을 때도 소비자 가격은 상승했다.
당시 브라질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에 금지 약품을 사용해 유통기한을 위조한 것이 적발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수입을 중단하고 검역을 강화했다. 수입 중단 여파로 1개월 만에 닭고기 소비자 가격은 8~10%가량 올랐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공급 확대,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가격 상승은 막지 못했다. 주로 브라질산이 활용되던 외식·가공·급식용 수요가 국내 공급 확대 속도에 비해 빠르게 국내산으로 몰렸고 대체 수입처 확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는 거의 모든 메뉴에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어 브라질산 수입 금지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기존 브라질산 수요가 국내산으로 옮겨갈 경우 국내산 닭고기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산 닭고기 생산량은 61만 8000톤이었고 수입량은 18만 4000톤으로 추정된다. 이중 약 85%인 15만 9000톤이 브라질산이다. 이를 대체할 수입처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무역의 35%가량을 차지한다. 브라질산 공급 중단 시 대체 수입처 발굴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유럽, 일본 등도 함께 겪는 문제다.
브라질에 이어 주요 닭고기 수출국으로 꼽히는 태국의 경우, 한국도 태국의 주요 수출국으로 꼽히지만 일본이 가공 닭고기 수출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물량 확보 경쟁에서 한국이 뒷순위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태국산 닭고기는 브라질산에 비해 수입가가 높아 대체하더라도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국내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종계 생산 기한 연장, 병아리 입식(사육)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계는 육계 병아리를 낳는 닭으로 종계의 생산 기한이 늘어나면 병아리가 늘어나기에 공급 확대 효과로 이어진다.
공급이 확대돼 수급이 안정되더라도 가격 문제는 남는다. 업계에서는 브라질산 냉동 닭고기 가격을 국내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기존 브라질산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더라도 생산자 비용이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과도한 공급이 이뤄지거나 브라질 HPAI 조기 종식 때는 국내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양계 농가에 피해가 전가될 위험도 있다.
이에 정부는 양계 농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간접적 지원으로 국내산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 브라질산 대체 시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 양계 농가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계 농가 상황을 고려해 (사육) 확대 비용 지원 같은 것도 정책 수단 차원에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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