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확대적용 두고 격돌…"생존권 보장 vs 현실성 부족"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 개최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3차 심의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사용자가 맞붙었다.
노동계는 헌법이 보장한 '최저 생존권'을 근거로 이들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사용자 위원들은 "법적 근거와 현실 가능성이 부족하다"며 적용 확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계'를 내세우며 법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이 더 이상 부차적인 수입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본업'이라는 것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최대 862만여 명에 달하며 해마다 늘고 있지만, 최소 수준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미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임금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4차 산업 등 다변화하는 노동 시장을 반영하는 선도적인 조치"라며 "최임위에서도 이런 논의를 지금이라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저임금은 헌법이 정한 최소 수준의 법적 보호조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플랫폼 종사자는 더 이상 부업이나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생계 그 자체"라며 "기존의 임금 노동자와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에 종속되어 노동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등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너무 오랜 기간 놓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며 한국의 제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미국 뉴욕시의 배달라이더들에게 최저임금제가 도입됐고, 유럽연합의 플랫폼 노동 입법 지침은 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플랫폼, 즉 사용자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하고 유럽도 하는데 왜 한국만 못 하나. 왜 한국만 플랫폼 기업 눈치를 보는가. 언제까지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용자 위원들은 현실적 제약을 이유로 맞섰다.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은 법원의 몫이고, 이를 최임위가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사용자 위원들은 특정 직종 종사자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그렇다고 법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개개인의 최저임금을 새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논의보다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서에 명시된 업종 간 현격한 최저임금 수용성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최저임금의 산업별 수용성 차이를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류 전무는 "현재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3.4배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숙박, 음식업, 사회복지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70~80%를 넘겨 산업 현장의 수용성이 현저히 낮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류 전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복합 위기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영세 중소기업 사업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사업주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어렵게 운영 중"이라며 "국가가 인위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이 사업주들의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익위원 측은 노사의 팽팽한 입장차 속에서도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상황도 어렵고, 노동자들의 삶도 힘들고, 상공인들 사업도 한계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치를 1.5%에서 0.8%로 낮췄다"라며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여건이니 노사 위원들이 역지사지의 통합적 입장에서 합의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freshness410@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