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25% 부과시 수출 20%↓ '직격탄'…美시장 의존도 줄여야"
산업硏 '車 통상 대응방안' 분석…"산업전반의 수출전략 변화 필요"
'한국GM 철수설' 등 위기감 커지자…정부, 4월 車산업 대책 발표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도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차 생산·수출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의 경우 실적이 20.5%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수출 중심의 판매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도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달라진 통상환경의 활로를 뚫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통상당국은 한국GM의 철수설이 나오는 등 산업계 위기감이 커지자 4월 중으로 자동차산업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17일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미국 신정부 자동차 통상환경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자동차 통상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대미 무역흑자가 커 비관세장벽 완화, 수입 확대 요청 등의 압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차 산업 전반의 생산·수출 전략 변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산업연은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가 현실화 경우 한국의 자동차 대미 수출은 규모효과 16.3% 감소, 대체효과 4.2% 감소 등 총 20.5%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부담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게 되면, 국내 생산은 70만~90만 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의 경우 지난해 창원, 부평공장에서 49만 6000대를 생산했다. 그중 국내 판매는 2만 2899대로 전체 생산 물량의 4.6%에 불과하다. 미국 수출은 41만 8782대로 84.4%에 달한다. 산업연은 "모기업 GM의 판매가 미주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대체 시장 발굴도 제한적'이라며 "한국GM이 기타 시장에서 수출이 축소된 상황에서 대체 수출 시장 발굴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내 연간 70만 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기아차는 신규공장 가동 확대를 통해 최대 120만 대까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 물량의 약 70%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대미 수출 물량의 약 50%가 현지 생산으로 대체되면서 국내 공장은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줄면 부품 협력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도 전방위적인 충격이 뒤따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업계에서는 당초 보편관세(10%) 수준에서 관세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이 이보다 훨씬 높은 25%의 관세율을 예고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폭탄'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공장을 철수해야 할 수 있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자동차 주요 생산 기지인 인천과 울산 등 지역 경제에도 덩달아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해 온 자동차에 이처럼 높은 관세가 붙으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산업연도 "국내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9%로 높은 수준이지만, 추가 관세를 고려하면 가격 인하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면서 "이에 따라 25% 관세 부과는 국내 차 생산 및 수출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모두 143만 대다.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279만 대)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수출됐다.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 가격은 관세율만큼 오른다. 결국 완성차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고, 한국 생산이 줄어들면서 중소 부품업체로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친환경 차는 더 위태로운 상황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HEV)는 85%, 전기차는 97% 이상을 한국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산업연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신규 투자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 수립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수출 중심의 미국 시장 판매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은 관세 정책 대응방향으로 △조선·LNG 개발 등과 연계한 자동차산업 관세 부과 최소화 협상 △국내 복귀를 검토 중인 해외 진출 부품업체에 대한 '복귀기업 선정' 요건 완화 △중국 배제 자동차 공급망 구축 및 국내 생산 통한 우회수출 방지 방안 모색 △한미 FTA 원산지 규정 강화에 대응한 국산 부품 조달 강화 등을 제언했다.
한편 정부도 한국GM 철수설 등 국내 자동차 생태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인 만큼 대응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일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방한한 GM본사 부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통해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자동차업계와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달 중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외불확실성이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에 미치는 충격 최소화를 위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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