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통상특보 "韓 조선·자동차, 관세협상 돌파구 될 것"
칼루트케비치 전 특보 기조연설…"美 의회를 소통창구로 활용"
"한미 2+2 협의 긍정적…車관세 일부 유예 가능성도 있어"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조선업과 자동차 등 한국의 대미 투자가 향후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협상 수단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가 29일 전망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무역 담당 선임 국장 겸 대통령 특보를 지낸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맥라티 전무이사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글로벌 신통상 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 기업과 정부가 통상 협상과 의회 설득전에서 대미 투자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칼루트케비치 전 특보는 "한국이 조선, 자동차,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미국에 중요한 투자를 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과의 협업은 큰 강점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서 "이런 협력이 상호관세를 상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부분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통상 전략을 짤 때 미국 의회와의 협력, 현지 사업환경 변화에 촘촘히 대응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 기업은 주요 주(州)에 투자할 때 의회를 적극 활용하고, (그들에게) 노동·채용에서 불리해진다는 점 등을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미국에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주의 경제 영향을 매우 민감하게 살핀다"면서 "경제 기여를 할 수 있는 한국의 투자가 있다면, 이익을 보호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칼루트케비치 전 특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관세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추가적으로 가해진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경우 다른 여러 조치도 취할 수 있다"면서 "통상 참모진은 제조업이 미국으로 대거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한미 2+2 장관급 협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음 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방한도 예정돼 있는데, 이는 좋은 소식이다. 관세 유예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서 사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칼루트케비치는 전 특보는 "지금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도 굉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차, 광물, 에너지 투자 역시 중요하고, 조선업도 점점 미국이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칼루트케비치 전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 기조와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며 "굉장히 일관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이 부분을 이야기해왔고, 집권하면 이런 것을 하겠다고 (꾸준히) 말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관세전쟁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트럼프의 전략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칼루트케비치 전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프타(NAFTA)를 '가장 큰 실수'로 꼽고 각국의 FTA를 '미국 근로자에게 마이너스가 됐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단순한 무역 흑자 확보를 넘어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기반을 되살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본인도 결국 공급망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일부 관세를 추진하다 보면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관세를 일부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조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관세가 미국 제조업에 불필요하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조정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다자간 무역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기조 속에서도 동맹국, 파트너국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미국이 재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의 선도적 국가이기 때문에 향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협상하며 새로운 글로벌 이슈를 함께 풀어갈 것으로 본다. 한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의 강점을 활용하고 글로벌 경제 구도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각국이 자신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코트라가 주최했으며 토론에서는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총괄과장, 유종철 대한상공회의소 APEC협력센터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간 공급망 협력 구조 △아웃리치 현장 분위기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응 방향 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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