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편관세 10%' 한 달, 대미 수출 6.9%↓…관세 전쟁 시작 후 첫 감소
철강 관세 수출 영향 5월부터 나타날 전망
한국 수출 62%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은 아직 타격 없는 듯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관세 정책 영향으로 한국의 4월 대미 수출액이 전년 대비 6.9% 줄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9억 달러 줄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관세,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품목별로 수출 감소세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관세 영향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12일 25% 관세가 붙은 철강의 4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7.1% 줄었고 4월 3일 25% 관세가 붙기 시작한 자동차는 16.6% 줄었다.
미국은 4월 5일부터는 대부분의 품목을 대상으로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고 수출액은 전년 114억 달러에서 106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번 대미 수출 6.9% 감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련 관세 조치 시작 후 첫 감소다. 3월 철강 관세가 시작됐으나 미리 구매 계약이 이뤄지는 철강 산업의 특성 때문에 관세 영향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3월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4월에 처음으로 대미 수출 감소가 나타난 영향은 4월 시작된 자동차 관세 25%, 기본관세 10% 등 관세 적용 범위가 주력 수출품 전반으로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는 4월 대미 수출액이 16.6% 줄었다. 관세 부과 전인 1분기(1~3월)에는 11.2% 줄었는데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산업부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영향과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부진의 복합적 영향 때문이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브리핑에서 "자동차 관세 영향이 있고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부분도 크다"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대비 단가가 높은데 내연기관과 전기차 비중이 줄어들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약진하는 상황이다. 미국 고관세에 따른 대미 수출 영향은 품목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분기 4% 감소했던 자동차 부품 수출은 4월에는 2% 증가로 반등했다.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재고 축적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5월에는 자동차 부품 관세가 시작되고 관세 조치 후 철강 수주 계약 변동이 반영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박정성 실장은 "철강 계약은 2~3개월 전에 물량과 가격이 고정되기 때문에 (관세 조치 후 계약 물량인) 5월 이후에서나 수출 동향에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의 철강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경향이 있고 한국 쿼터(수출량 제한)가 제거되는 면을 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수출품도 기존 수출분 재고 소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출 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다.
4월 대미 수출은 6.9% 줄었지만, 전체 수출은 582억 1000만 달러로 역대 4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해 미국 관세의 간접 피해로 꼽히는 중간재 수출 감소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의 전 세계 고율 관세는 대미 수출뿐 아니라 중간재 수출 타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중간재는 자동차 부품처럼 완제품 제작 과정에 필요한 재료나 부품이다.
미국이 중국, 베트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생산도 줄어든다. 생산이 줄어듦에 따라 한국이 중국, 베트남 업체·생산기지에 공급하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입는 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2024년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전체 수출 중 62.1%는 중간재였다.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8.4%에 달한다.
박정성 실장은 "전체 수출로 보면 중간재 수출 타격은 당장 느끼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에 따르면 관세 영향으로 무역 규모가 0.2~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1~4월 한국 수출 규모가 0.6% 줄었는데 지금 WTO 예측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관세로부터 초래된 불확실성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거둬질 수 있느냐, 대미 협의에서 얼마나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앞으로 중간재를 포함한 전체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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