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튜브 시대에 엑스포가 살아남을까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일본 오사카 엑스포 취재 현장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새로운 것을 알려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 엑스포는 전성기가 지난 '과거의 유물'처럼 보였다.
엑스포는 1851년 시작된 이래 전화, X선 기계, 텔레비전, 컴퓨터를 세계에 처음 공개하는 '정보 교류' 플랫폼이었다. 과거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인 수많은 발명품은 미래를 보여줬고, 지금 우리는 그 미래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2025년의 엑스포는 더 이상 과거처럼 미래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1분 동안 전 세계에서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의 분량은 적게 잡아도 500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통한 생생한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도 이제 일상이다. 기업은 5년마다 열리는 엑스포가 아니라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를 찾는다. 애플, 엔비디아, 삼성전자는 일 년에도 몇 번씩 자체 행사에서 신제품과 혁신 기술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엑스포는 이제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느린 플랫폼이 돼버렸고, 그 정보의 양과 속도는 1분 만에 유튜브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홍수에 미치지 못한다.
요즘은 서울 성수동에서 짧게 열렸다 사라지는 수많은 '팝업 스토어'가 유행이다. 엑스포 역시 국가가 주최하는 대형 팝업스토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운영 기간이 6개월이고 국가가 운영할 뿐,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엑스포를 향한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관찰자인 기자가 짧게 가진 고민을 엑스포에서 한국을 알려야 하는 사명을 맡은 관계자들이 안 했을 리가 없다. 실제로 현장 기획자들도 "엑스포가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한국관이 단순한 전시를 넘어 어떤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까"를 두고 깊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의구심을 가지고 들어선 한국관은 관람객이 단순히 둘러보고 떠나는 팝업 스토어라기 보다는 관람객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보내는 메시지를 지속하고자 하는 현대 미술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관은 '생명을 잇다'라는 엑스포 소주제에 맞춰 기획됐다. 한국관에 들어서면 전 세계 관람객이 남긴 목소리가 인공지능(AI)에 의해 10분마다 하나의 음악으로 재창조된다. 이 음악은 조명 연출과 어우러져 공간을 가득 채운다. 각기 다른 언어와 감정이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지며 문득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한국 문화가 떠올랐다.
이번 한국관은 엑스포가 과거의 유물이라는 우려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관은 엑스포가 '정보 전달'에서 '공감과 소통의 플랫폼'으로 변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하나의 주제로 모인 각국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문화를 녹여 나름의 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정보의 힘을 잃은 엑스포가 '공감과 체험'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콘텐츠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엑스포가 세계에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남다른 통찰과 혁신적 기획이 필요하다. 한국은 몇 년 전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유치든 참가든, 앞으로의 엑스포에서는 '어떻게 세계를 연결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seungjun241@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