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유가 겹치자 출렁인 물가…"둔화흐름 유지하며 2%서 안정"
1월 소비자물가 5개월만에 2%대…고환율 더해진 유가 상승 영향
'환율·유가' 당분간 물가 핵심 변수…유가 '상고하저' 전망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로 인해 1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2%대로 다시 올라서면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환율', '유가' 대외 변수가 당분간 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차츰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 흐름이 유지돼 2% 근방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9%)보다 0.3%포인트(p) 높은 수준으로, 5개월 만에 2%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달러·원 환율의 상승이 더해진 영향이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27%p로,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올해 1월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월 13일 배럴당 78.82달러까지 상승하며 80달러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하락해 2월 4일 기준 72.70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1월 중순 80달러를 넘어선 후 다시 조정을 받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유가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 원유 제재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판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가 하락을 통한 물가 안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 등이 퍼지며 유가가 하락했다.
유가 상승과 함께 고환율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오르게 된다. 따라서 지난 연말부터 급등한 환율은 석유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환율의 물가 영향은 다양하지만, 석유류의 경우 환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 11~12월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됐다"며 "향후 장기적으로 환율이 상승한다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외식, 기타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달러·원 환율이 한 달 새 2.9% 상승한 영향이 컸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물가는 당분간 국제 유가 변동성이나 이상 기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과 국제 유가로 인해 상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의 경우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전망 기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와 천연가스 추출 규제 완화) 정책, OPEC+ 감산 종료 기대 등에 힘입어 국제 유가가 올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1분기를 고점으로 반락해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환율의 경우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향후 환율의 방향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등 정책, 국내 정치 불안 해소 여부 등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대외 변수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정부는 점차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책 효과가 수입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에너지 부문에서는 환경 규제 철폐 등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이 있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망 기관들도 지난해보다 국제 유가가 둔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둔화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물가상황 점검회의에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에는 목표 수준인 2% 근방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min785@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